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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우크라 요청에 155㎜ 포탄 지원검토… 韓 ‘안보 딜레마’

입력 | 2024-10-30 03:00:00

北 파병-러 군사기술이전 대응 필요… 무기 지원땐 155㎜ 포탄 우선검토
“러, 北에 ICBM 기술 줄수도” 고심
尹-젤렌스키 통화… “韓에 특사파견”
野 “무기 지원, 한반도 위협 초래”… ‘北 파병철군-한반도 평화’ 결의안




2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주요 격전지인 북동부 하르키우주 보우찬스크에서 우크라이나 군 장교가 참호에서 탄약을 점검하는 모습. 보우찬스크=AP 뉴시스

정부가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맞대응으로 155mm 포탄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할 경우 최우선 순위는 155mm 포탄이라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북한이 대규모로 파병했는데 우리도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면서 “우크라이나도 최근까지 155mm 포탄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고 했다. 다른 정부 소식통도 “최종 판단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라면서도 “155mm 포탄을 기존처럼 미국을 통해 우회 지원할지, 우크라이나에 직접 지원할지, 규모는 어느 정도로 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 중인 건 맞다”고 전했다. 정부는 북한군 파병 규모가 급속도로 증가하거나 러시아가 북한으로 첨단 군사 기술을 이전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직접 지원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민감 군사 기술을 이전할 가능성도 문제지만 6·25전쟁 이후 현대전을 치러보지 않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전에서 얻은 경험을 100만 명이 넘는 북한군 전체에 습득시킨다면 우리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조만간 한국에 특사를 파견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두 정상 간 통화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북한군 파병이 우리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반대급부로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기술을 이전하는 등 레드라인을 넘고 있다는 점을 포탄 지원 검토의 이유로 밝히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에 “북한은 첨단 부품 구입 및 러시아와의 기술협력으로 5월 실패한 정찰위성 발사를 다시 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정부의 다른 고위 소식통은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할 경우 러시아가 이를 명분 삼아 대놓고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 등까지 내어줄 가능성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면서도 “동시에 한반도 안보와 직결되는 북한 파병을 손 놓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 155mm 포탄은 지난해 미국을 통해 우회 지원한 전례가 있고 우크라이나가 가장 원하는 무기인 만큼 상징성이 있고 부담도 덜한 카드라는 설명이다.

155mm 포탄 지원이 실제 결정되면 야당이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 철군 및 한반도 평화 안정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면서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언급하며 직접적인 전쟁 참여마저 불사할 의도를 비치고 있다”며 “정부의 강경 대응은 한반도에도 전쟁의 위협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국민적 우려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땐 ‘우크라 지원’ 불투명… 韓 ‘포탄 제공’ 역효과 우려


[北, 우크라 파병]
정부 “우크라, 155㎜ 가장 원해”… 최근까지 여러 채널로 지원 요청
작년 美 통해 50만발 우회 지원… “직접지원 여부, NSC서 최종결론”
트럼프 “우크라戰 조기종식” 공언… 韓, 무기지원땐 러보복 표적될수도
“전쟁 초기부터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는 155mm 포탄을 가장 원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29일 우리 정부와 군이 우크라이나에 155mm 포탄 지원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하는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까지도 우크라이나 정부가 여러 채널로 한국에 이 포탄을 요청해 왔다는 것.

러시아와 1000km에 달하는 전선에서 장기 소모전을 치르는 우크라이나에 155mm 포탄은 가장 필요한 무기다. 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미 육군 탄약공장을 가장 먼저 찾아가 155mm 포탄 공정을 둘러보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29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조만간 한국에 특사를 파견하기로 한 것도 무기 지원 요청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의 전장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실효적인 단계적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효용성 고려 155mm 포탄 우선 검토”

155mm 포탄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포병 탄약이다. 20∼30km 밖의 대규모 지상표적(무기장비, 병력)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표준탄이어서 미국과 유럽 각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포병 전력으로 즉각 운용할 수 있다.

군 당국자는 “매일 수백, 수천 발의 포탄을 주고받는 러시아와의 소모전에서 우크라이나에 155mm 포탄은 가장 절실하고 필요한 전력”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미국에 155mm 포탄을 50만 발은 대여, 10만 발은 수출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에 우회 지원한 바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전투기를 요격하는 천궁-2와 같은 방공요격체계는 덩치가 크고, 배치 지원 인력도 파견돼야 하는 등 우크라이나 지원에 현실적 제약이 크다”며 “지원 선례나 효용성 등을 고려해 155mm 포탄을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지원 방식이다. 살상무기인 155mm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우회가 아닌 직접 지원할 경우 러시아와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 러시아가 이를 빌미로 북한에 재진입·다탄두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심 기술을 건네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소식통은 “기존처럼 우회 지원으로 할지, 직접 지원으로 할지 방식을 두고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북한군의 파병 심각성 확대 추이 등을 고려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최종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했다.

● 트럼프 당선 시 우크라 지원 따른 부담 커져

우크라이나에 지원 가능한 155mm 포탄 물량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지난해 전시비축분에서 50만 발을 우회 지원한 것에 더해 그 수준 이상 물량을 추가 지원하는 게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군이 비축한 155mm 포탄은 수백만 발(개전 후 30일치)이고, 매년 방산업계에서 20만∼30만 발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 군뿐만 아니라 폴란드 등 K9 자주포 운용국들이 앞다퉈 155mm 포탄을 요구해 생산물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라면서도 “대비태세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가용 지원 물량을 따져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 달 5일 미 대선이 당장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실제 지원을 결정할 경우 안게 될 부담에 대한 우려도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후보가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을 공언한 만큼 집권 시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할 가능성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무기 지원을 하면 러시아의 보복에 대한 부담을 오롯이 져야 할 거란 우려도 제기된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굳이 우크라이나에 과도한 기여를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정부가 포탄 지원을 결정할 경우 야당은 남북 간 대리전으로 규정하고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28일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문제는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며 “함부로 다룰 경우 한반도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또 살상무기 지원에 대해 “정치적인 의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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