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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초비 먹고 이거다 싶어… 파스타 어울리는 멸치젓 만들것”

입력 | 2024-10-30 03:00:00

[2024 Sea FARM SHOW]
4대째 가업 잇는 김헌목 대표
3년 이상 전통방식 숙성 고수
염도 등 조절해가며 수없이 테스트



경북 경주시 김명수종합식품 공장에서 김헌목 대표가 전통염해법으로 생산한 액젓을 살펴보고 있다. 김명수종합식품 제공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입맛을 맞춘 멸치젓갈을 만들겠습니다.”

29일 김헌목 김명수종합식품 대표(50)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경북 경주시 감포읍에서 멸치젓갈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그의 꿈은 유럽식 멸치젓갈인 앤초비나 고급 식재료인 철갑상어알 캐비어처럼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식재료를 만드는 것이다. 김 대표는 “수년 전 여행을 떠났던 유럽에서 앤초비를 빵에 올려 먹어 봤는데 바로 이거다 싶었다”며 “특상품으로 꼽히는 동해안 멸치로 앤초비처럼 애피타이저 등으로 쓸 수 있는 젓갈을 만들기 위해 수십 번의 테스팅 과정을 이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 멸치액젓 시장에서 이미 한국 최고의 액젓 장인으로 통한다. 2020년 해양수산부의 신지식인 대상에 선정된 데 이어 2022년에는 대한민국수산식품명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국내 수산식품명인은 김 대표를 포함해 12명뿐이다.

김 대표 일가는 1945년 광복 즈음 증조부가 고국으로 떠나게 된 일본인으로부터 젓갈 공장을 인수한 뒤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그는 “일제강점기 감포는 일본인들이 다수 건너와 어업 전진기지로 삼던 곳이었다”며 “특히 감포 앞바다에서 잡히는 8cm 이상 크기의 대멸(큰멸치)은 액젓의 주재료로 특상품으로 취급됐다”고 설명했다. 부친인 김명수 대표가 1961년 가업을 이어받아 지금의 ‘김명수젓갈’ 브랜드를 완성했고, 김 대표는 20대 초반이었던 1996년 멸치액젓 제조 기술을 전수받았다.

김 대표는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염해법을 바탕으로 ‘3유(有) 3무(無) 3년’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화학조미료, 보존제, 인공향미료를 쓰지 않고 자연발효, 자연숙성, 자연여과법으로 최소 3년 이상 숙성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는 “언젠가 염도 측정을 제대로 하지 못해 5t가량의 멸치액젓을 그대로 버린 적이 있다”며 “이때 교훈으로 숙성조 20여 개에 대한 염도 측정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손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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