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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딥페이크’ 주범 징역 10년…法 “女에 열등감·증오심”

입력 | 2024-10-30 14:30:00

女동문 등 상대로 불법 합성물 제작·유포
다른 주범 30대 강 씨에겐 징역 4년 선고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의 모습. 2024.5.21. 뉴스1


서울대 졸업생들이 동문 등 여성 60여 명의 사진을 무단으로 합성해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이른바 ‘서울대 n번방’ 사건의 주범에게 법원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함께 범행한 다른 주범에겐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박준석)는 30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 착취물 제작·배포 등) 등 혐의를 받는 박모 씨(40)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허위영상물 편집 등)등 혐의를 받는 공범 강모 씨(31)에겐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박 씨에게 징역 10년, 강 씨에게 징역 6년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국내 최고 지성이 모인 대학교에서 동문수학한 피해자들을 상대로 허위 음란물을 만들고, 지인 능욕 인터넷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어 “장기간에 걸쳐 피해자들을 성적으로 모욕하고 조롱하며 인격을 말살시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합성사진이 유포될까 끝없는 불안에 떨어야 하는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질타했다.

피고인들의 심신장애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정신병적 증세로 범행했다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잘나가는 여성에 대한 열등감과 증오심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씨에 대해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으나 초범인 데다 공범 검거를 도운 점 등을 유리하게 참작했고, 강 씨는 범행을 도중에 중단하고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은 서울대 출신인 박 씨와 강 씨 등이 2021년 7월~올해 4월 대학 동문 등 여성 수십 명의 사진으로 불법 합성물을 제작해 유포한 사건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서울대 동문 12명을 포함해 여성 61명이다. 박 씨가 제작한 불법 합성물은 2000여 개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 씨는 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등 1000여 개가 넘는 성착취물을 소지한 혐의도 받는다.

공범 강 씨는 박 씨가 피해자의 사진을 건네면 수십 차례 허위영상물을 합성·가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대 출신은 아니지만 이들과 함께 범행을 저지른 또 다른 박모 씨(29)는 올 8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공범 박 씨는 주범 박 씨와 텔레그램으로 연락하며 딥페이크 영상 419개를 제작하고 1735개를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서울대 졸업생 한모 씨는 아직 재판을 받고 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