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경영 끝내고 “새 성장 모색” 정유경, 능력 인정받아 파격 승진 삼성서 분리 백화점, 다시 딸에게 이명희 회장 7% 지분 정리 촉각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52)의 회장 승진은 어머니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81) 아래 남매 경영을 해왔던 그룹 리더십에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56)은 이마트 부문을, 정유경 신임 회장은 백화점 부문을 각각 독립적으로 경영하면서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막내딸인 이 총괄회장도 백화점을 삼성에서 물려받아 독립경영을 했는데, 이 그룹이 3세 경영 시대에 또 한 번 둘로 나뉘어 승계가 이뤄지게 됐다.
● 경영 능력 인정받아 깜짝 승진
30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이번 인사를 계기로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은 곧 계열 분리 작업을 준비하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은 2019년 그룹을 두 부문으로 나눈 뒤 지분 정리 등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해 왔다.
신세계그룹 내부에서는 정유경 회장이 부회장을 건너뛰고 사장에서 곧바로 회장으로 승진한 데 대해 “어머니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것은 예상했지만, 회장 승진은 파격적”이라며 “백화점 사업 부문이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도 독자 생존·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가 쌓여 계열 분리를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유경 회장이 백화점 경영에 본격 뛰어든 2016년부터 신세계백화점은 전폭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키웠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신세계 서울 강남점·센텀시티·대구·대전·광주를 중심으로 해당 상권 대표 백화점을 키웠다”며 “주요 신사업에 투자해 2016년 대비 백화점 부문 전 계열사 매출과 손익 모두 2배 성장시켰다”고 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국내 백화점 최초로 연 매출 3조 원을 넘었다.
● 이명희 회장 지분 정리는 남은 과제
계열 분리를 완성하려면 우선 이명희 총괄회장이 갖고 있는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신세계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기업집단 공시상 재계 11위의 대기업 집단이다.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 및 그 친족이 지분을 가진 회사는 같은 그룹으로 묶이는 게 원칙이다. 예외적인 경우에만 친족 회사의 ‘독립경영’, 즉 계열 분리가 인정되는데 그러려면 상호 보유한 주식이 적고 임원 겸임이나 채무 보증, 자금 대차 등도 없어야 한다. 예를 들면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이 서로의 주식을 3% 미만(상장사 기준)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이 총괄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0% 보유하고 있다. 그룹에서 이마트를 분리하려면 이마트 지분을, 신세계를 분리하려면 신세계 지분을 7% 이상 정리해야 하는 셈이다.
한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이 총괄회장의 지분을 각각 남매에게 상속하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