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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브로드컴-TSMC와 자체 AI칩 개발… 탈엔비디아 나서

입력 | 2024-10-31 03:00:00

삼성-SK 등과도 협력 모색하다
설계 집중 후 제조는 위탁하기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계획은 철회
빅테크, 자체 생산으로 비용 효율화




오픈AI가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 및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와 손잡고 자체 인공지능(AI) 칩 개발에 나섰다. 설계부터 제조까지 자체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도 협력을 모색했지만 스스로는 설계에 집중하고 제조는 위탁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픈AI는 브로드컴과 함께 칩을 개발 중이다. 설계가 완료되면 생산은 TSMC에 맡기는 구조다. 오픈AI는 이를 위해 구글의 칩 개발팀에 속해 있던 이들을 영입해 20명 규모의 칩 담당 조직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는 자체 생산 칩 외에도 엔비디아 칩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S)를 통해 엔비디아 경쟁사인 AMD 칩도 추가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오픈AI와 브로드컴은 AI 개발 및 고도화에 쓰는 엔비디아 칩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협력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엔비디아의 첨단 AI 가속기 가격은 대당 6000만 원이 훌쩍 넘는데 최소 수백 대에서 수천 대는 있어야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 하나를 꾸리려면 많게는 수조, 수십조 원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글로벌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90%가 넘는다.

오픈AI의 자체 칩은 추론에 특화된 제품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AI 학습용 칩의 수요가 많지만 점차 AI 애플리케이션이 늘어나면서 향후에는 AI 추론용 칩 수요가 학습용 칩 수요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오픈AI뿐만 아니라 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칩을 개발 생산해 비용 효율을 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글은 직접 설계한 텐서프로세서유닛(TPU)이라는 전용 칩을 활용해 AI를 개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구글 설계를 기반으로 TSMC가 생산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구글도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쓰지만 모든 영역에서 GPU가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딥러닝 등 특화된 분야에서는 TPU를 활용해 더 높은 개발 효율을 내고 있다는 평가다.

애플도 올 7월 AI 관련 논문에서 자사 AI 시스템 개발에 구글의 TPU를 활용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페이스북으로 유명한 메타도 엔비디아 GPU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차세대 AI 칩 ‘MTIA’를 4월 출시했다.

오픈AI가 직접 칩 생산까지 주도하고자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던 계획은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정통한 소식통을 통해 오픈AI가 파운드리 구축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과 시간으로 인해 해당 프로젝트를 현재 포기했다고 전했다. 대신 칩 설계 노력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오픈AI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과 협력해 칩 제조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위한 자본 조달 방안을 검토해 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의 협력도 모색한 바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올 3월 한국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AI 반도체를 함께 만들기를 희망한다”며 “최근 6개월 사이 한국을 두 차례 방문하며 (AI 칩에서) 협력하고 싶은 희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