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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중국에서 50대 한국인 남성 A 씨가 반(反)간첩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A씨 가족은 지금까지 현지 수사당국으로부터 구체적인 혐의도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가족은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국 수사당국이 조사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A 씨에게) 더 불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가족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9월 한국에서 중국으로 입국하다가 여권을 압수당했다. 지난해 12월 수사관들에게 연행되기 3개월 전이다. 이 과정에서 2차례 조사를 받았지만, 당시 A 씨는 이를 가족에게 숨겼다. 조사를 받을 때면 A 씨는 “지방 출장을 다녀오겠다”며 2, 3일씩 집을 비웠다고 한다.
연행된 뒤로는 생사도 전언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 A 씨가 거주해 온 허페이시 국가안전국은 “A 씨가 호텔에서 조사를 받는다”고 했지만, 정확한 위치나 호텔 이름은 알려주지 않았다. 면회는 물론 전화 통화도 하지 못했다. 총 5차례 가진 한국 측 영사 면회를 통해 편지를 전달받거나 ‘피부염으로 약을 바른다’ 등의 소식만 전해 들었다. 가족들은 “A 씨가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어 계속 약을 먹어야 하는데, 구치소에 간 이후 약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A 씨 가족은 이를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가족은 “처음 창신메모리에 입사했을 때 고위직도 아니었다”며 “한국 직원에겐 기밀 정보 접근 권한도 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중국인이나 대만 출신 직원들이 중심이었고, A 씨 등 한국 직원들은 보조적 역할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가족은 A씨의 구속 배경엔 한국에도 반간첩법을 적용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깔려 있다고 의심한다. 가족은 “삼성전자 전 직원이 반도체 기술을 창신메모리에 유출해 재판에 넘겨졌다는 기사가 지난해 12월 15일에 나왔다”며 “3일 뒤에 아버지가 연행됐다”고 말했다.
A 씨 재판은 이르면 이달 말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은 “1년 가까이 진행된 조사로 A 씨와 가족 모두 초조하고 지친 상황”이라며 “정부가 영사 조력을 한다지만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