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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치매 어르신도 전화 한 통이면 OK”

입력 | 2024-10-31 03:00:00

서울시 ‘안심돌봄 120’ 시범운영
내일부터 전문콜센터서 밀착 상담… 와상 등 ‘고난도 돌봄’ 땐 기관 연계
휴일-심야 시간대에도 직접 방문… ‘취약시간’ 대상자 월 40시간 추가




서울 노원구에 사는 저소득 노인 한모 씨(100)는 치매 증상으로 요양보호사와 자녀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휠체어 없이는 보행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배우자 홀로 한 씨를 돌보고 있다. 그간 한 씨의 자녀가 거주지 인근 방문요양기관 몇 곳에 연락을 돌렸지만 ‘고난도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라 요양보호사를 구하기 쉽지 않아 서비스 계약에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한 씨와 같은 고난도 돌봄 대상자도 전화 한 통이면 돌봄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회복지 분야 자격을 갖춘 전문상담원과 상담을 한 후 서울시복지재단이 ‘서울형 좋은돌봄 인증기관’으로 빠르게 연결해 준다.

● 전화 한 통으로 공공돌봄 서비스

서울시는 다음 달 1일부터 돌봄상담 전문콜센터 ‘안심돌봄 120’의 시범운영을 시작한다고 30일 밝혔다. ‘안심돌봄 120’은 전문상담원이 돌봄대상자의 기본 정보를 파악한 후 중증도와 돌봄 난이도 등에 맞춰 제공할 수 있는 돌봄 종류와 신청 자격, 절차를 종합적이고 자세하게 알려주는 서비스다. 당사자는 물론 가족, 지인 누구든지 다산콜센터(02-120)로 전화한 후 음성안내에 따라 3번(안심돌봄)을 누르면 밀착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필요할 경우 거주지 주변에 있는 우수 돌봄서비스 기관도 알려준다. 특히 와상, 중증치매, 큰 체구 등 민간에서 기피하는 고난도 돌봄 대상자는 ‘서울형 좋은돌봄인증기관’을 연계해 준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관 연계는 어르신 요양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건강보험공단에서도 하고 있지 않은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는 노인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대상자가 개별적으로 요양기관에 연락해 요양보호사를 소개받고 계약을 맺는 구조다. 때문에 고난도 돌봄이 필요한 경우에는 요양보호사를 구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안심돌봄 120’을 통하면 민간에서 기피하는 서비스 대상자도 ‘서울형 좋은돌봄인증’을 받은 기관을 연결받을 수 있다.

● 휴일-심야 돌봄 서비스도 확대


알츠하이머 치매 말기인 78세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4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최근 회사 사정으로 당분간 지방에서 파견 근무를 하게 됐다. 주간에는 요양보호사가 어머니를 돌보고 있지만, 야간과 주말 오전에 어머니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해졌다. 이 씨는 “휴일이나 심야 시간에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요양보호사에게 인건비의 1.5배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크고, 추가 돌봄을 제공해 줄 방문요양기관도 찾기 어려워 막막하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이처럼 휴일·심야 시간대 돌봄이 필요한 경우에도 ‘안심돌봄120’으로 연락하면 된다. 인증기관에서 직접 방문해 보호자 상담을 진행하고 어르신의 상태, 주거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다. 이후 서울시 선정위원회를 통해 취약시간 지원 대상자로 결정되면 추가 비용 부담 없이 좋은돌봄 인증기관 소속 요양보호사에게 월 최대 40시간의 추가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번 대책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 해산에 따른 돌봄 공백을 막고 서비스 질을 향상하기 위해 마련한 ‘서울시 돌봄서비스 공공성 강화 계획’의 일환이다. 서사원은 당초 설립 목적과 달리 고난도 이용자 돌봄이나 취약시간대 돌봄 분야 실적이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아 올 5월 해산됐다.

안심돌봄120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야간이나 공휴일에는 다산콜센터(24시간 운영)나 안심돌봄120(1668-0120)에 상담 예약을 남기면 된다. 서울시는 석 달간의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내년 2월부터 본격 운영할 계획이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