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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OECD 1위 ‘일하는 노인’… 절반이 월 100만 원도 못 번다

입력 | 2024-10-30 23:30:00

3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서 중년구직자가 일자리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하는 노인’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다. 하지만 일하는 노인의 절반가량은 한 달 내내 일해서 벌어들이는 돈이 1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10개 중 7개는 임시·일용직으로 고용의 질도 낮았다. 한국 노인들은 은퇴를 미루고 가장 열심히 일하지만 빈곤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동아일보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올해 2분기 기준 65세 이상 임금근로자가 가구주인 가구 가운데 46.7%는 가구주 월평균 근로소득이 100만 원 미만이었다. 월 200만 원 이상 버는 가구는 31.9%에 그쳤다. 일자리 68%가 임시직과 일용직이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사업 종사자가 가장 많았는데 공공 일자리에 의존하는 노인이 많아서다.

노인들이 일손을 놓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일하지 않으면 생계가 어렵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부 기준 노후 적정 생활비는 월 324만 원이지만 연금과 저축만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노인은 많지 않다. 하지만 노인들에게 돌아오는 양질의 일자리는 극히 부족하다. 정부가 공급하는 103만 개의 노인 일자리는 월 수십만 원의 용돈 수준에 불과하고 하는 일도 쓰레기 줍기, 잡초 뽑기 등 단순 노무 업무가 대부분이다.

노인들에게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단순히 노인복지 차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미래세대의 노년 부양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가적으로 필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노인들이 더 이상 부양받는 객체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을 영위하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고령층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기초연금을 일률적으로 올리거나 단순 일자리를 늘리는 등 현금성 복지로 대응하는 것은 장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재정 부담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키울 것이다. 정년 연장, 퇴직 후 재고용 등을 통해 고령층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청년 일자리를 빼앗지 않도록 연공서열식 임금체계 개편, 탄력 근무제 등 노동개혁과 연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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