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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 연구 2015년부터 급증… 과학 외 사회-정치-심리학이 애용[박재혁의 데이터로 보는 세상]

입력 | 2024-10-30 23:03:00

2015년 이후 딥러닝 등 기술 발전
AI 활용 급증했지만 교육은 부족
노벨 경제학상 애스모글루-존슨
“AI 기술 혜택 골고루 돌아가려면 노조-시민사회-언론 역할 중요”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학문 연구 핵심 도구 된 인공지능


얼마 전 인류의 지적 성취를 기리는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있었다. 올해 수상 내역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물리학상과 화학상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연구자들이 수상했다는 것이다. 인공신경망 기반 기계학습의 토대를 마련한 연구자들, AI를 이용하여 단백질 구조와 기능을 예측하고 설계하는 소프트웨어인 알파폴드(AlphaFold)를
개발한 연구자들이 그 영광을 안았다. AI가 과학 연구의 핵심 도구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다면 AI는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또한 AI 기술은 경제 전반이나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AI 기술이 과학 연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최근 논문과,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런 애스모글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사이먼 존슨 MIT 교수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며 그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첫 번째 연구(자료 ①)는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분야를 넘나들며 AI 활용 현황을 분석했다. 1960년부터 2019년까지 출판된 7460만 건의 논문과 710만 건의 미국 특허 데이터를 분석하여 ‘딥러닝’, ‘인공신경망’ 같은 AI 관련 용어의 빈출도를 통해 AI 활용 정도를 살펴보았다. 또한 연구진은 AI 기술이 각 연구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잠재적 AI 효용’이라는 지표도 측정했다. 이 지표는 AI 논문과 특허에서 추출한 ‘객체 탐지’, ‘예측 개선’과 같은 핵심적인 ‘기능’들이 각 분야의 논문에서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 분석하여 계산된다.

첫 번째 그림에서 보듯이 컴퓨터과학뿐 아니라 물리학, 생물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의 활용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2015년을 기점으로 AI 활용이 급증했고, 이는 2015년 이후 딥러닝을 비롯한 새로운 AI 기술이 등장하면서 과학 연구에도 큰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

흥미롭게도 AI 활용도가 높은 분야일수록 컴퓨터과학자들과의 공동 연구 비율 또한 높았다. 이는 AI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컴퓨터과학 분야의 전문 지식이 필수적이며 분야 간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연구진은 각 분야의 AI 관련 대학 교육 수준을 분석한 결과 AI 활용 속도에 비해 관련 교육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AI 기술의 빠른 발전과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 시스템 간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연구는 2019년까지의 데이터를 분석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최근 급부상한 거대언어모델의 영향까지는 포함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거대언어모델 등장 이전에 이미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 AI 활용이 증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두 번째(자료 ②)는 최근 ‘권력과 진보’라는 저서를 통해 AI 기술의 사회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애스모글루와 존슨 교수가 ‘MIT 슬론 경영 리뷰’와 가진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다. 필자는 올해 초 한 신문사와 AI 기술이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한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이 책을 접하게 되었고, AI 기술의 적용에 있어 관련 정책 및 민주주의적 제도의 중요성에 깊이 공감했다. 애스모글루와 존슨 교수는 AI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이 어떻게 개발되고 적용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AI 기술이 소수의 이익을 위해 사용될 경우 불평등 심화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애스모글루와 존슨 교수는 AI 기술의 혜택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시민사회, 언론,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노동조합은 근로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시민사회는 AI 기술의 윤리적 측면을 감시하며, 언론은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부는 적절한 규제와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거대언어모델을 포함한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며 AI 모델 자체의 도덕적 결함이나 편향, 그리고 이를 규제하는 제도적 장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조적으로, AI 기술이 산업과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 특히 일자리 감소 및 노동 환경 변화에 대한 정책적 제도적 논의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애스모글루와 존슨 교수는 바로 이러한 AI 기술의 ‘올바른 적용’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학자들이다. 이들의 수상을 계기로 국내의 정책 분야 및 정치권에서 AI 기술의 사회적, 경제적 영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자료 ①: Gao, Jian, and Dashun Wang. “Quantifying the use and potential benefits of artificial intelligence in scientific research.” Nature Human Behaviour(2024): 1-12.
자료 ②: Acemoglu, Daron, Simon Johnson, and Kaushik Viswanath. “Why the Power of Technology Rarely Goes to the People.” MIT Sloan Management Review 64.4(2023): 1-4.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