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료봉사단, 케냐서 무료 진료 바링고주 내 유일한 주립병원 방문… 현지서 치료 힘든 환자 발굴해 지원 6월엔 경기도로 의료진 초청 연수… 주민 70만 명을 의사 20명이 돌봐 감염-위생 교육하고 의약품 기증… 한국인이 세운 학교에 물품도 전달
경기도 의료봉사단과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현지 의료진과 함께 병동을 돌며 환자 진료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경기국제의료협회 제공
“케냐 바링고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벤저민 체시레 체보이 주지사)
22일 케냐 바링고주. 수도 나이로비에서 버스로 7시간 거리에 있는 이곳에 경기도 의료봉사단이 도착하자 주지사가 반갑게 맞이했다. 봉사단은 이날 바링고주에서 유일한 주립병원인 바링고리퍼럴병원을 찾았다.
이 병원은 인구 70만 명을 책임지고 있지만 병상은 120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내과, 정형외과, 소아과, 부인과, 이비인후과 등 전문의 12명과 수련의 8명이 매일 외래환자 600명을 진료하고 있다.
병원에 들어서자 외과 전문의 제프리 버락 오몬디, 소아과 전문의 캐서린 은딜라 킬론조, 내과 전문의 스테판 킵리모 칼야 씨가 한국 의료진을 반갑게 맞았다. 이들은 올해 6월 경기 이천의료원과 파주의료원에서 한 달 동안 초청 의료연수를 받으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환자 수술과 외래진료 등을 참관했다는 오몬디 씨는 “복강경 수술, 초음파 기기 사용 등의 기억이 생생하다”며 “선진 의료기술을 많이 배웠지만 기간이 짧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체보이 주지사는 “케냐 정부도 한국 같은 전 국민 건강보험을 실시하기 위해 제도적인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선진 의료를 배울 수 있는 의료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지 의료봉사 활동을 지원한 경기도는 향후 케냐 의료진 교육을 지원할 방침이다. 유권수 경기도 의료자원과장은 “지난해 경기도와 바링고주가 보건의료협력 협정을 체결한 만큼 그 연장선상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연수 인원과 프로그램 내용 등은 예산에 맞춰 협의하겠다”고 했다. 고준호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부위원장도 “부족한 현지 의료 상황을 경기도가 도울 수 있도록 내년 예산 편성 때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 현지 치료 어려운 환자 국내 입국 추진
경기도 의료봉사단은 23일 입원 환자 30여 명과 외래환자 50여 명을 살피며 국내에서 추가 치료를 받을 환자를 발굴했다. 바링고리퍼럴병원은 국내 병원과 달리 입원실과 중환자실, 수술실이 다른 건물에 배치돼 외부 감염에 취약한 상태였다. 병상 5개가 있는 중환자실엔 인공호흡기도 1대뿐이었다. 신장 투석도 5명까지만 할 수 있었다. 현재는 의료비를 전액 환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을 낼 수 있는 환자도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경기도 대표단이 케냐 바링고주 바링고리퍼럴병원에 구급차, 소방차 등을 기증하면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기국제의료협회 제공
● 어린이용 보건의료키트 전달도
바링고주 카바넷로에는 한국인이 설립한 교육기관인 에벤에셀아카데미가 있다. 경기 국제의료협회와 경기도의원들은 에벤에셀아카데미 유치원 과정 어린이 60여 명을 대상으로 놀이 봉사를 했다. 통역을 통해 송은경 작가의 그림책 ‘사막으로 간 북극여우’을 읽어줬고 어린이용 보건의료키트도 전달했다. 손바닥에 물감을 묻혀 큰 도화지에 찍는 ‘키즈 핑거 페인팅’도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경기도 의료봉사단은 에벤에셀아카데미에 교실 증축 비용과 기숙사 보수비, 장학금 1500만 원 등을 지원하겠다고도 밝혔다.
카바넷=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