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동아일보DB
대통령경호처가 직원들의 생일기념 선물용으로 상품권 4590만 원어치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 공공기관, 준정부기관은 방만 경영,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 기획재정부의 지침에 따라 현금성 상품권 구입이 금지돼있다. 전문가들은 형평성을 고려해 대통령경호처를 비롯한 정부 부처, 대통령실 등에도 지침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업 금액은 4590만 원, 구매 대상 물품은 단가 1만 원어치 상품권 4590매다. 입찰은 3월 15일에 시작돼 19일에 마감됐고 최저가인 4039만2000원을 써낸 한 업체가 최종 선정됐다.
대통령경호처가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에 따르면 해당 상품권은 도서문화상품권으로 직원들에게 생일 축하 기념으로 지급되고 있다.
대통령경호처 측은 답변 자료에서 “(기재부의) ‘예산 및 기금운영 집행지침’을 준용하여 지급하고 있다”며 “세부적인 내역은 경호·보안 목적상 제출하기 어려움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
기재부는 2014년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의 일환으로 ‘방만경영 정상화계획 운용 지침’을 발표했다.
문제는 대통령경호처를 비롯한 정부 부처에는 이런 지침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아니라 정부조직법의 적용을 받는 ‘부처’이기 때문이다.
기재부의 ‘2024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은 정부 부처가 기관장 명의로 직원들에게 생일 축하용 상품권, 케익 등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선 ‘형평에 어긋난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재부의 지침이 대통령실, 정부 부처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창범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가직 공무원이라면 보편타당하게 공평한 보수를 받아야 한다. 공무원들에게 현금성 물품이 아닌 표창장을 주는 것도 그런 이유”라며 “상품권의 경우도 공공기관은 못 하게 하면서 그 위 부처들은 마음대로 구입, 지급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모든 국가직 공무원에게 일률적으로 지침이 적용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은 국민을 위한 효율성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준정부기관 성격을 갖는다. 그런 기관에 현금성 물품을 지급하면 안된다는 방향의 지침을 기재부가 제시했다면, 정부 부처와 대통령실도 알아서 그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