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뉴시스
미 대선의 승패가 7개 경합주(州)에서 간발의 표차로 갈릴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영향력이 커진 특정 인구집단의 표심이 최종 결과까지 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이 8만2000명에 이르는 미시간주의 레바논계 유권자다. 특히 포드자동차의 본사가 있는 도시 디어본은 인구 절반 이상이 아랍계다. 1920년대에는 일자리를 찾아서, 1982년과 2006년에는 레바논 전쟁 등으로 레바논 남부 출신 이민자들이 몰려들었다. 외교매체 포린폴리시(FP)는 28일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대선 기간에 중동 전쟁이 이번처럼 격화된 적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시간에서는 앞서 2월 민주당 경선에서 10만 명 이상이 당시 대선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 대신 ‘지지후보 없음’을 선택했다. 미 최대 무슬림 단체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의 8월 여론조사에서는 녹색당 질 스타인 대선후보가 미시간주 아랍계 유권자들에게 40%라는 지지율을 얻기도 했다.
네바다주에서는 인구의 21%를 차지하는 라틴계 유권자 45만 명이 주목받는다. 경합주 7곳 중 라틴계의 비중이 애리조나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라틴계정책정치연구소는 이들을 두고 “체급에 비해 낮은 펀치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성향을 무소속으로 밝힌 비율이 41%로 당파성이 약하고 젊은층이 많아 잠재력이 크다는 것.
트럼프 후보 측 인사가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섬”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면서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의 푸에르토리코계 인구 47만2000명도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라틴계 유권자 중에서도 푸에르토리코계가 쿠바계 등 다른 지역 출신보다 더 진보성향이라고 설명했다.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에도 푸에르토리코계 인구가 13만 명, 12만 명 이상 거주하는 만큼, 이들의 막판 표심이 해리스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지 주목된다.
한편 캐나다에 거주하는 미국인 60만5697명이 의외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장 박빙 승부가 펼쳐지는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가 캐나다 최대도시 토론토 등과 접해있는 만큼, 국경을 넘어 출퇴근하는 일일 생활권이 형성돼있어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주캐나다 미국대사를 지낸 브루스 하이먼은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22일 “캐나다의 미국 유권자들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