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3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미 국방부에서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0.31. 국방부 제공
● “문구 넣고 빼다가 신경쓰지 못했다”
한미는 북한이 1년에 두 차례 핵실험(4, 5차)을 감행한 2016년부터 SCM 성명에 ‘비핵화’를 기본 문구로 포함시켜왔다. 앞서 성명들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할 경우” 등으로 들어갔던 것.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여러차 례 주장한 지난해에도 SCM 성명에는 “북한정권이 비핵화의 길로 나올 수 있도록 공조 노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문구가 있었다. SCM 공동성명은 한미동맹의 향후 1년간 방향성을 축약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외교 소식통은 “SCM 성명에 비핵화 문구가 빠진 건 한미 간 이견이라기 보단 양 국방당국이 북한의 최근 핵능력 고도화와 그 위협 수준, 위협 대응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했다.
● 대선 앞 美 양당 정강정책서 비핵화 목표 빠져
하지만 정부 안팎에선 ‘비핵화’ 표현이 빠진 상황을 가볍게 보면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북한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단계까지 왔다는 일부 미 정부 안팎의 회의론이 반영됐을 수 있다는 것. 북한도 최근 이런 미국의 기류를 이용하듯 자신들이 이미 다량의 핵을 보유한 ‘핵보유국’임을 분명히 밝히며 차기 출범하는 미 행정부와는 이 지위를 전제로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등 핵 담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7일 “핵 강국을 향한 우리의 발걸음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북핵 억제, 북핵 위기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라 우리 정부가 공동성명에 비핵화 포함을 밀어붙이기 어려웠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 대선을 앞두고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은 4년 만에 새로 채택한 정강 정책에 모두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목표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박철균 전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장은 “실수로 뺀 게 아니라면 실현 가능성이 낮아진 비핵화란 문구를 수사 수준에서 담기보다 핵개발 지연 등 한미 국방 채널이 실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북핵 현실론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고도 했다.
워싱턴=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