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기 특허청장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에는 사람들도 살찌기 쉬워 많은 사람들이 연례행사처럼 다이어트에 매진한다. 몸무게는 몸의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지표인데, 특허심사에도 이러한 지표가 있다. 바로 특허심사 처리 기간이다. 식사량이 신진대사량보다 많으면 몸무게가 늘어나듯, 특허출원량이 심사처리량보다 많으면 처리 기간이 늘어난다. 반대의 경우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또한 처리 기간이 늘었을 때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처리 기간이 늘면 기업들이 적절한 시기에 의사결정을 할 수 없어 투자 시기를 놓치는 등 산업계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리 기간은 몸무게와 달리 다이어트에 아주 커다란 제약 조건이 있다. 특허출원량은 식사량처럼 조절할 수 없어 식이요법이 불가능하고 오로지 신진대사량을 늘리는 방법, 즉 심사처리량을 늘리는 방법만 있을 뿐이다. 이때 심사처리량을 어떻게 늘리는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과거의 특허심사 다이어트는 결과적으로 요요 현상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간 두 번의 다이어트는 4∼5년에 걸쳐 약 10개월이라는 처리 기간 목표에 도달했다. 방법은 단순했다. 심사관 1인당 처리량을 급격하게 늘린 것이다. 다이어트에 비유하면 운동량을 급증시킨 것인데 과도한 운동은 몸에 무리가 오듯 과도한 심사처리 증가는 심사품질 약화, 업무만족도 저하, 번아웃 초래 등 부작용으로 돌아왔다. 최근 특허 출원 증가로 처리 기간도 늘어 다시 다이어트를 해야 할 때가 왔는데, 지난 다이어트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요요 현상이 없도록 원인을 분석해 투트랙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특허 출원 증가는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이 이끌고 있다. 이 출원들은 첨단 기술이라 심사가 어렵다. 1건을 심사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음식으로 치면 고칼로리 음식인데, 이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칼로리 소비가 많은 코어 근육을 늘리는 것이 즉효다. 이에 주목해 특허청은 이들 분야를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하고, 심사관을 집중 증원하고 있다. 그간 반도체, 이차전지 분야에서 105명을 증원했고 내년에도 바이오, 첨단 로봇, 인공지능 분야에서 6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코어 근육의 힘을 키우면서도 몸속 독소를 제거하는 디톡스처럼 특허심사 제도의 체질 개선도 병행한다. 불필요한 부분은 없애고 AI 기술을 접목시키는 등 절차의 효율성을 높여 특허심사의 기초대사량인 처리 역량을 서서히 그리고 안정적으로 증가시키고자 한다. 우려되는 부작용인 심사 품질 약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팀장 단위부터 품질관리에 더욱 힘을 쏟는 환경도 조성할 예정이다.
김완기 특허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