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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병원 메디 스토리]“아침 허리 통증, 단순한 디스크 아닐 수도”

입력 | 2024-11-01 03:00:00

염증 생겨 관절 굳는 ‘강직척추염’
젊은층서 많이 발생하는 면역 질환… 디스크와 달리 움직이면 통증 완화
척추 변형 전에 빠르게 진단-치료… 약물치료-운동 병행하며 관리해야



인하대병원 류머티스내과 권성렬 교수가 강직척추염 환자의 엑스레이 사진을 보며 질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직장인 김성현(가명·37) 씨는 몇 달 전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허리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피로 누적으로 인한 허리 통증이라 여겼다.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는 직업 특성상 자세 문제라고 생각하고 넘겼는데 시간이 지나도 통증은 멈추지 않았다.

한 번씩 움직이고 나면 증상이 나아졌지만 통증은 반복됐다. 진통제를 먹으면 일시적으로 통증이 완화됐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았다. 특히 아침에 눈을 뜨면 허리와 엉덩이 부위가 마치 돌덩이처럼 굳어 움직이기 힘들어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생기기 시작했다. 김 씨는 근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인하대병원을 찾았다.

인하대병원 류머티스내과 권성렬 교수는 김 씨의 허리 통증 패턴을 자세히 분석한 후 ‘강직척추염’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강직척추염은 허리디스크로 오해할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나지만 디스크와는 다르게 움직임에 따라 통증이 완화되고 젊은 연령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김 씨는 엑스레이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 강직척추염을 확진받았다. 김 씨는 권 교수의 치료 계획에 따라 염증을 억제하는 약물 치료와 함께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는 꾸준한 치료를 통해 증상이 상당히 개선된 상태다.

권 교수에 따르면 강직척추염은 척추와 관절에 만성 염증이 발생해 시간이 지나면서 관절이 굳고 유연성을 잃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허리뿐만 아니라 척추 전체와 골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초기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척추가 완전히 굳는 ‘대나무 척추’가 될 수도 있어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강직척추염은 40대 이하의 젊은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아침에 심한 통증과 함께 허리와 엉덩이 부위가 뻣뻣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움직이기 시작하면 통증이 완화되는 특징이 있다.

발병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진 않았으나 ‘HLA-B27’ 유전자와 관련이 깊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더 커진다. 또 흡연, 스트레스, 감염 등 환경적 요인도 강직척추염의 발병과 진행을 악화시킬 수 있다.

강직척추염은 허리 통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초기 증상만으로는 디스크와 혼동하기 쉽다. 이에 따라 많은 환자가 이를 단순한 디스크나 근육통으로 오인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강직척추염을 방치하면 척추가 점차 굳어가는 과정에서 심각한 변형을 초래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강직척추염은 단순히 척추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신에 다양한 증상을 동반할 수 있는 전신질환이다. 가장 흔한 증상은 눈의 충혈이나 통증, 시력 감소 등을 일으키는 포도막염(포도막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피부에 건선이 나타날 수 있으며 소화기계에는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같은 염증성 장 질환도 동반될 수 있다.

강직척추염은 류머티스성 관절염처럼 자가면역 반응으로 발병하는 질환이다. 따라서 면역 체계의 이상 반응이 신체 여러 부위에서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신경과, 안과, 소화기내과 등 다양한 전문 진료과와의 협진이 필요하고 종합적인 치료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

강직척추염의 치료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염증을 억제하고 통증을 완화하는 약물치료다. 최근에는 혁신적인 생물학적 제제를 통해 보다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해져 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주고 있다. 두 번째는 물리치료 및 운동을 통한 관리다. 규칙적인 운동은 척추와 관절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통증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권 교수는 “강직척추염은 방치하면 여러 부위에서 이상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증상이 의심되면 조속히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조기에 발견하고 꾸준한 치료를 받으면 일상에 큰 지장을 주지 않으며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