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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R 인사이트]‘윤리적 번아웃’, 초기신호 포착해야 대형사고 막는다

입력 | 2024-10-31 23:03:00


공격적인 재무 목표, 까다로운 성과 평가, 영리한 경쟁자 등 직장에서 스트레스는 개인의 행복을 해칠 뿐만 아니라 윤리적 행동에 대한 의지가 약해지게 할 수 있다. 윤리적 피로로 알려진 이런 현상은 복잡한 결정에 직면했을 때 올바른 길을 택하고 청렴을 유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스트레스가 사람들의 윤리적 나침반을 불안정하게 하면 도덕적 해이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직원들이 윤리를 고려하지 않고 목표와 마감일을 달성하는 데만 집중할 때, 즉 비용이 적게 드는 지름길에 비해 옳은 일을 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느낄 때 ‘윤리적 번아웃’이라고 부르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방지하려면 윤리적 번아웃의 초기 징후를 발견하고 그 원인을 조기에 근절해야 한다.

직원들이 윤리적 번아웃으로 향할 때 더 늦기 전에 개입하려면 다음 네 가지에 주의해야 한다. 첫째, 직원들이 더 많이 팔아야 산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게 해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지만 너무 어려운 목표는 비윤리적 행동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예를 들어 글로벌 투자은행 웰스파고가 지나치게 공격적인 판매 목표를 설정하자 일부 직원은 목표 달성을 위해 수백만 개의 사기성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 신청서를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폭스바겐이 비현실적으로 높은 성능과 환경 목표를 세우자 엔지니어와 경영진이 본인의 디젤 차량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배기가스 배출량 테스트를 속이는 일이 발생했다.

둘째, 직원들을 생존 모드에 돌입하게 하면 사고가 발생한다. 많은 산업과 분야가 경기 침체와 인력 감축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다음 차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면서 경제적 불안을 느낀다. 이러면 사람들은 고용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개인과 기업의 가치에 대한 생각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수 있다. 이럴 때는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무시하지 말고 표면화해 해결해야 한다. 한 고객사의 경우 다가올 인수합병에 상당한 인력 감축이 수반될 것을 고려해 윤리 규정 준수 교육을 두 배로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처럼 불확실한 시기일수록 청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윤리를 강력하게 유지해야 한다. 또 직원들이 윤리적 피로에 시달릴 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동료인 ‘윤리 홍보대사’를 두는 것도 공동체 의식과 충성심을 유지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셋째, 의사결정에 지나치게 속도를 내서는 안 된다. 여러 연구가 뒷받침하듯이 느리게 생각하는 것이 더 신중하고 윤리적인 결과를 낳는다. 물론 느린 사고는 직관적이지 않다. 불확실한 시기에 신속한 대응을 요구하는 리더에게 종종 거부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리더는 느린 의사결정을 장려해야 한다. 팀원들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고 어려운 질문을 할 여유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약 분야의 한 영업 리더는 어려운 영업 회의 때마다 “성공과 청렴에 대한 메시지가 엇갈린다고 느껴진다면 잠시 멈추고 이야기하자”라는 간단한 멘트로 시작한다고 한다. 이렇게 어려운 대화의 끝이 아닌 시작 단계에서 명확한 윤리적 기대치를 공유하면서 윤리적 성공과 재무적 성공이 동반관계임을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건강하지 않은 시기심을 경계해야 한다. 조직 구성원들이 동료들과 협력하는 대신 경쟁심을 보이거나 심지어 동료의 지위를 시기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눈에 잘 띄는 회의 참석, 사무실 크기, 독점적인 특전, 주목할 만한 과제와 같은 문화적 화폐는 다른 사람과 자신의 상대적 중요성을 비교하는 데 사용될 위험이 있다. 이는 자칫 제로섬 사고방식을 낳는다. 이런 고성과자들은 정당한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가장 먼저 규칙을 어길 수 있다.

윤리적 번아웃의 경고 신호가 보일 때가 바로 이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기 가장 좋은 시기다. 가령 미국 의료 스타트업 테라노스,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일본의 고베제강 등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와 대형 스캔들은 수년, 어쩌면 수십 년 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이런 사건들은 성공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잘못된 가정에서 시작해 결국 옳은 일을 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진 환경에서 발생했다. 과도한 상업적 압박, 생존 모드의 사고, 의사결정의 과부하와 속도, 고성과자들의 사소한 경쟁심 등의 초기 신호가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명확한 리더십으로 개입해야 한다. 윤리적 딜레마가 상상도 하지 못한 순간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전에 직원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일찍, 자주 준비해야 한다.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디지털 아티클 ‘윤리성에도 번아웃이 온다?’를 요약한 것입니다.



리처드 비스트롱 프런트라인 앤티 브라이버리 CEO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