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 춘당장학회 이사장이 경기 김포테니스아레나에서 백핸드 스트로크로 상대 공격을 받아 넘기고 있다. 김포군 공무원 시절부터 43년째 테니스를 즐기고 있는 그는 아흔한 살에도 매일 새벽 사이클을 탈 정도로 탄탄한 체력을 자랑하고 있다. 김포=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홍기훈 춘당(春堂)장학회 이사장(91)은 경기 김포군 공무원 시절인 1981년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다. 당시 임석봉 군수(85)가 테니스 동호회를 만들며 과장들에게 라켓 등 테니스용품을 사준 게 계기가 됐다. ‘새벽형’이었던 홍 이사장은 매일 새벽 테니스를 친 뒤 출근했다. 평생 테니스로 건강을 관리했고, 지난달 23일엔 김포테니스아레나에서 제2회 춘당배 시니어 테니스 대회를 개최했다. 이젠 “노인이 건강해야 대한민국이 행복하다”며 시니어 건강까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당시 직책상 제가 막내였어요. 군청 내에 테니스코트가 있었는데 오전 4시에 나가서 땅을 고르고 라인을 그렸죠. 테니스가 좁은 공간에서 운동량이 많은 스포츠였어요. 참 효율적인 운동이었죠. 점심시간을 활용해 칠 수도 있었고요. 10년간은 거의 매일 쳤습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홍 이사장은 매일 새벽에 일어나 사이클을 2시간 정도 탄다. 2011년 발목 골절을 당한 뒤부터 생긴 습관이다. 그는 “그해 11월 추위를 막기 위해 집 2층 창에 비닐을 덧씌우는 작업을 하다 사다리에서 떨어져 발목이 부러졌다. 3개월 병원에 입원하고 퇴원했는데도 잘 걷지를 못했다. 그때 자전거에 눈을 돌렸다. 자전거를 타니 통증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도 있었고 운동도 됐다”고 했다. 고교 시절 30리(약 12km)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것도 도움이 됐다. 자전거를 타다 최근에 사이클로 바꿨다. 매일 왕복 16km를 달린 뒤 하루를 시작한다. 비나 눈이 오면 걷는다.
전문가들은 “90세 넘은 분이 사이클을 타는 것은 아주 건강하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자전거에 비해 사이클은 중심 잡기가 더 힘들다. 기본 체력도 중요하지만 평형성과 상황 판단력이 없으면 타기 쉽지 않다. 홍 이사장은 매일 정원도 관리한다. 그는 “집 정원이 200평(약 660㎡) 정도 된다. 각종 나무와 화초를 심어 놔 그것을 관리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사이클 타고 온 뒤 1∼2시간은 할애한다. 그리고 아침 먹고 출근한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운동뿐만 아니라 집안일도 체력 유지 및 향상을 위한 훌륭한 신체활동이라고 정의한다.
홍 이사장은 1994년 공직에서 은퇴한 뒤 노인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김포노인대학장으로 4년, 대한노인회 김포시지회장으로 12년을 봉사했다. 2018년 자신의 호를 딴 장학회를 설립해 경제적 어려움 속에 공부하는 학생들을 돕고 있는 그는 지난해부터는 시니어 테니스 대회를 만들어 85세 이상 시니어들에게 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많은 사람이 저보고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자식들이 건강하게 다 잘 컸고, 제 건강에 문제없고, 제가 하고 싶은 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역으로 생각해 봅시다. 제가 건강하니 자식들이 행복할 수도 있습니다. 제 걱정 안 해도 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노인들이 건강해야 가정도 평안합니다. 또 의료비가 덜 나가니 국가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 작은 테니스 대회가 대한민국 노인들의 건강을 책임지지는 못하지만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