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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칼럼]누구를 위한 남-북 ‘두 나라’인가

입력 | 2024-10-31 23:15:00

김구-DJ-文 선의의 정책 모두 北에 버림받아
北, 한국을 적대국으로 단절 ‘두 국가’ 선언
인권 가치를 배제하는 집단과의 공존은 불가
野 일부서 계승하려는 친북정책 이젠 끝내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해방 후에 김구는 남북 통합 정부를 수립하자는 뜻을 안고 북으로 가 김일성과 정치적 협상을 시도해 보았다. 방북하지 않았던 편이 더 좋았을 뻔하였다. 세계 역사와 국내 상황을 너무 가벼이 보았거나 정치적 식견 부족 때문이었다. 정치적 판단은 역사적 상황의 필수성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태풍이 불어치고 있는데 목선을 이끌고 바다로 나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김구의 애국 애족심은 누구도 뒤따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시대적 상황성을 가볍게 보았던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을 만났다. 그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 용기 있는 결단이었기 때문에,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다. 김 대통령 임기 말까지 김정일은 대한민국을 답방하지 않았다. 김 대통령은 아쉬운 마음을 가졌던 것 같다. 김 대통령은 남북 간의 경제성장 격차가 심하므로 통일까지는 15년 정도의 세월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그 후부터 한국은 국민이 모르는 경제원조까지 계속했다. 우리 국민의 방북도 활발했고, 더 큰 목적을 위해 경제적 후원을 자청하면서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북의 무력도발을 뒷받침했을 뿐이다. 더 주지 않는다고 불만 풀이를 했을 정도였다. 김 대통령은 경제 격차는 인정했으나 우리와 북한이 이질사회(異質社會)가 되었음을 가벼이 여겼거나 몰랐던 것 같다. 대한민국의 정치가들 대부분이 북한 정권의 전통과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는 증거다. 그 이질성은 공산 세계와 그 사상적 전통에 귀속되는 것이다. 격차 문제는 해소될 수 있어도 국가적 이질성은 상반(相反)되기 때문에 공존할 수 없다.

남북 모두의 정권 책임자가 바뀌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을 방문하는 길을 열었다. 문 대통령 주변 정치인들이 운동권 출신 친북 인사들이어서 북에서는 문 대통령 일행을 크게 환대해 주었다. 김정은의 답방도 예상하고 답례 조항까지 운운했으나 김정은은 문 정부의 기대를 문제 삼지 않았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과 평화적 접근을 위해 군사협정을 위시한 여러 가지 협력을 약정 지었다. 북한 정부의 평화 정책을 위해 우리 정부는 국제기관의 북한 제재를 해소하며, 한국전쟁 유엔 참전국의 참여를 단절하기 위해 휴전을 종전으로 격상하려는 노력도 했다. 김정은과의 평화 정책을 유엔으로까지 인지시키는 노력을 감행했다. 국내에서는 국방력 약화와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안보 정책의 희생까지 우려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북에서는 공산 정권의 전통까지 포기하고 김씨왕조(金氏王朝)의 통치 정권을 확립시켰다. 문 대통령과의 협의와 약속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던 사례들을 실천에 옮겼다. 양측 간의 이질성이 민족의 동일성까지 포기, 거부하는 현실을 만들었다. 대한민국을 적대 국가로 단절하는 두 개의 국가를 선언했다.

객관적 평가를 한다면 김구, 김대중, 문재인 대통령의 선의의 정책이 김씨 3대 모두에게 버림받은 결과가 되었다. 우리는 경제 격차를 우려했으나 북한 정권은 ‘인민군이 대한민국을 점령하게 되면 한국의 부를 우리가 빼앗아 인민 모두에게 나누어 준다’라고 선전했을 정도다. 북한과 공산 정치를 체험하지 못한 대한민국의 지도층과 정치인들은 북한이 무엇을 목적 삼고 있으며 어떤 사회를 지향하고 있는지 너무 모르고 있다. 정치 면에서는 100과 0의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 절대적 평가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 삶의 가치관과 정신적 평가를 고려한다면 북한과 우리는 합치할 수 없는 역사의 강(江) 양편에 머물러 있었다. 인간다움과 삶의 가치관 차이였다. 진실과 정직, 정의와 양심의 자유, 공존 질서의 기반과 핵심인 인간애의 문제다. 경제 격차는 해소할 수 있고 사회적 이질성은 세월이 해결 지을 수 있어도, 진실을 거짓으로 바꾸며 선과 악의 가치가 동질화될 수는 없다. 인간애를 거부하고 인권의 가치를 배제하는 사회 국가 간의 공존은 용납할 수 없다.

지금도 야당 일부에 잠재해 있는 반(反)인륜적 정책, 양심의 자유를 거부하는 폭력, 인권을 상품화하는 정책을 계승하려는 친북 정책은 끝내야 한다. 이질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계 역사가 믿고 따르는 민주정치가 최선의 과제이며 자유와 인간애에 의한 공존의 가치와 목적에 따라야 한다. 그것이 북한 동포를 위한 최상의 의무이다. 북한 동포를 구출하기 위한 유엔과 자유세계의 협력까지 거부하는 대한민국이 되어서는 안 된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