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 31년만에 최대폭 “공공서비스 재건-최저임금 인상” 기업 부담에 근로자 임금감소 우려
올 7월 15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한 영국 노동당 정부가 처음 내놓은 예산안에서 연간 400억 파운드(약 71조4500억 원)의 증세 계획을 밝혔다.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1.25%에 이르는 규모로 1993년 보수당 정부 이후 가장 큰 폭의 증세안이다. 누적된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지만, 기업 부담이 커져 장기적으로는 근로자들의 임금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영국 런던 다우닝가 11번지의 관저 앞에서 의회에 제출할 400억 파운드(약 71조4500억 원)의 증세 계획 문서가 담긴 빨간 가방을 들어 보이는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 런던=신화 뉴시스
대신 국민보건서비스(NHS) 투자를 증대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해 약 700억 파운드 규모의 재정 지출도 예상된다. 특히 법정 최저임금은 시간당 12.21파운드(약 2만1850원)로 6.7% 인상할 방침이다. 리브스 장관은 “성장을 이끌 유일한 길은 투자”라며 국부펀드(National Wealth Fund)를 통해 700억 파운드 규모의 투자를 촉진할 뜻도 내비쳤다.
다만 이번 증세안이 노동당이 원하는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영국 예산책임청(OBR)은 “기업들이 증세 부담을 근로자에게 전가해 180억 파운드에 이르는 임금 감소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사지 이코노미스트는 “지출 확대나 증세가 변화를 가져오려면 야심 찬 세제 개혁 등이 뒤따라야 한다”며 “하지만 이번 무거운 예산안은 개혁 측면에선 심각하게 가볍다”고 지적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