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초박빙 구도 막판 변수로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의 승패가 7개 경합주(州)에서 간발의 차이로 결정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이 지역에 거주하는 특정 인구집단의 표심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초박빙 구도가 이어지고 있는 이번 대선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들의 선택이 최종 결과까지 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8만2000명에 이르는 미시간주의 레바논계 유권자들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미시간주에는 1920년대부터 레바논계 이민자들이 몰려왔다. 1970년대까지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1980년대 이후에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외교 매체 포린폴리시(FP)는 지난달 28일 미시간주의 레바논계가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대선 기간 중 중동 전쟁이 이번처럼 격화된 적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이지만, 정작 레바논계의 투표율은 낮을 가능성이 크다. 미시간주에 거주하는 한 레바논계 유권자는 “둘 중 누가 되든 결과는 (친이스라엘 정책일 것이) 뻔하다”며 무력감을 호소했다. 실제로 미 최대 무슬림 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의 8월 여론조사에서는 미시간주 아랍계 유권자의 약 40%가 녹색당 질 스타인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지난달 27일 뉴욕 유세에서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 섬”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면서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의 푸에르토리코계 인구 47만2000명의 표심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 다른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조지아주에도 푸에르토리코계 인구가 각각 13만 명, 12만 명 이상 거주하는 만큼, 이들이 막판 결집할 때 트럼프 후보에겐 적잖은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캐나다에 거주하는 미국인 약 61만 명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빙 승부가 펼쳐지는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주가 캐나다 최대 도시 토론토와 접해 있는 만큼 이들이 적극 투표에 나설 경우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주캐나다 미국대사를 지낸 브루스 헤이먼은 지난달 22일 정치 매체 폴리티코에 “캐나다의 미국 유권자들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