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다탄두-고중량 시험 가능성 한미SCM성명에 ‘비핵화’ 빠져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국방공업기업소를 찾아 12축(양쪽 바퀴 12개씩 총 24개) 신형 이동식발사차량(TLE)을 점검하는 모습을 지난달 8일 공개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의 이번 도발은 러시아가 새 전략핵 훈련의 일환으로 야르스 다탄두 ICBM을 발사한 지 이틀 뒤 이뤄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군 파병으로 ‘혈맹’이 된 북-러가 전략핵을 보유한 ‘핵동맹’임을 한미에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한미 SCM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 중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거의 완성 단계”라고 평가했다.
北 ICBM, 고도-비행시간 역대 최고… 美 전역 다탄두 타격 위협
[北 ICBM 도발]
덩치 키운 신형 고체연료 ICBM… 정상각도땐 사거리 1만6000㎞
軍 “12축 이동발사대 이용한듯”
金국방 “대기권 재진입 거의 완성”… 美대선 전후 정상각도 발사 우려
북한이 31일 평양 일대에서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앞서 과시한 세계 최대급 ‘괴물 ICBM’ 화성-17형(액체연료 추진 ICBM)은 물론이고 이후 발사한 고체연료 추진 ICBM인 ‘화성-18형’까지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군 당국은 더 무거운 핵탄두를 싣고, 가장 멀리 날아갈 수 있는 신형 고체연료 추진 ICBM이거나 화성-18형 개량형인 것으로 보고 있다. 추진체 강화 등 성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한 ICBM으로 미 본토 전역 여러 도시를 동시 핵타격할 수 있는 다탄두 관련 테스트를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덩치 키운 신형 고체연료 ICBM… 정상각도땐 사거리 1만6000㎞
軍 “12축 이동발사대 이용한듯”
金국방 “대기권 재진입 거의 완성”… 美대선 전후 정상각도 발사 우려
● ‘괴물 ICBM’ 능가하는 역대 최대 ICBM
앞서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북한이 처음 공개한 화성-17형의 길이는 약 24m로, 세계 최대급 ‘괴물 ICBM’으로 평가됐다. 당시 화성-17형의 TEL은 11축이었는데 이날 발사된 ICBM의 TEL은 이보다 1축이 더 길 수 있다는 것. 초장축 TEL에서 ‘초거대 ICBM’을 시험발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번 ICBM의 길이가 최대 30m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화성-17형 등 액체추진 ICBM은 사전 연료 주입 과정에서 위성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번 ICBM은 고체추진으로 추정된다. 고체추진 ICBM은 발사 명령 즉시 기습 발사할 수 있다. 군 당국이 전날 ICBM 발사대가 배치됐지만 거치대에 미사일을 올리지 않은 상태라고 평가한 지 하루 만에 쏜 것도 이를 보여준다. 군 당국자는 “미 본토 전역을 겨냥해 더 크고 강력한 기습 펀치력을 과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美 주요 도시 동시 핵타격용 다탄두가 최종 목표
북한이 ICBM을 정상각도로 쐈다면 최대 사거리가 1만6000km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포함되고도 남는 거리다. 화성-18형보다 탄두 중량을 늘려 파괴력을 키운 개량형을 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미 본토 대부분을 때릴 수 있는 화성-17·18형을 이미 개발한 점에서 신형 ICBM으로 다탄두 성능 테스트를 했을 개연성도 있다”고 했다.
ICBM용 다탄두는 김 위원장이 2021년 당 대회에서 2026년까지 완수를 지시한 5대 과제 중 하나다. 다만 이번에도 북한은 ICBM을 정상각도(30∼45도)가 아닌 고각으로 발사해 실제 미 본토를 타격할 핵심 기술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실증하지 못했다는 게 군의 평가다.
하지만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거의 완성 단계”라고 평가했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대규모 파병 대가로 러시아에 재진입 기술을 최우선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고도 했다. 5일 미 대선을 전후해 국면을 뒤흔들 ‘다음 카드’로 북한이 ICBM 정상각도 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미 전투기 110대, 北 ICBM 도발에 맞불 무력시위… 정밀타격 훈련도 한미 공군이 31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에 맞대응해 전투기 110여 대가 참가한 대규모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했다. 왼쪽 사진은 한미 F-16, KF-16 전투기가 연합 공격편대군 훈련을 하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한미 공군 전투기가 전날 강원 태백 사격장에서 GBU-12 공대지 유도폭탄으로 이동식발사차량(TEL) 모사 표적을 정밀 타격하는 모습이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워싱턴=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