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커피 성장세 지속… 올해 시장규모 4000억대 ‘1강’ 네스프레소, 74개국서 재활용 정책… 기후위기 대응 국내서도 6개월간 1100여t 재활용… 카카오와 협업 이어가
네스프레소 버츄오 기기.
한국은 ‘커피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적 커피 소비시장이다. 거리 가득한 카페부터 스틱형 인스턴트 커피와 캡슐커피까지 시장도 다양화됐다. 특히 캡슐커피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홈 카페’ 문화가 형성되고, 이후에도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맛과 가성비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대안으로 선택받은 것.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 한해 국내 캡슐커피 시장 규모는 4041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서 본격 유행한 2020년 1980억 원에 비하면 2배 이상 성장한 수준이다.
현재 캡슐커피 시장은 1강 체제로 굳어져 있다. 네슬레의 네스프레소가 점유율 70~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독점 중인 셈이다. 그런 네스프레소에게도 고민이 있다. 신제품이나 경쟁사가 아닌 기후 위기에 대한 이야기다.
커피나무는 적도(赤道)를 기준으로 남‧북위 25도 사이 지역에서 재배된다. 온난한 열대성 기후인 이 지역은 커피 벨트(Coffee Belt) 또는 커피 존(Coffee Zone)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커피 벨트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지구 온난화가 커피 원산지 및 품종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현재 커피 재배지의 절반가량이 2050년에는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활용 과정을 마친 캡슐커피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이에 대응하기 위해 네스프레소는 오래 전부터 재활용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는 전 세계 93개국에서 네스프레소 커피가 판매되고 있으며, 74개국에서 캡슐 재활용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효과적인 재활용을 위해 네스프레소가 택한 캡슐의 재료는 알루미늄이다. 우선 식품에 사용 가능한 안전한 재료이면서도, 커피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산도, 습도, 빛으로부터 완벽하게 커피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활용 프로세스를 잘 구축하고 이행하면 무한히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알루미늄 재활용시 새 알루미늄 채굴에 비해 95% 에너지, 온실가스 배출량 절감 효과가 있다고 한다.
31일 오전 방문한 재활용 공장 아이티그린에 회수된 네스프레소의 캡슐커피들이 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다만 국내에서 소비되는 커피 캡슐은 캡슐로 재활용하는 대신 생활소품, 자동차 등 다양한 제품에 재사용한다. 이 또한 환경을 위한 선택이다. 네스프레소 캡슐은 본사가 위치한 스위스에서만 생산되는데, 국내에서 수거된 캡슐을 스위스로 보내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신 본사와 가까운 유럽 지역에서 수거된 캡슐이 재활용으로 사용된다.
결국 재활용‧재사용이 가능한 네스프레소의 알루미늄 캡슐만큼은 쓰레기 양산의 주범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캡슐 시스템이 탄소 저감 차원에서도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캐나다 퀘벡대 연구진은 커피 280㎖ 추출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 양을 측정해 발표했다. 통상 사람들이 커피를 추출할 때 커피와 물을 적정량보다 20% 가량 더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해 실험을 진행한 결과에선 온실가스 배출량이 △필터 커피(드립 커피) 206g △프렌치 프레스 커피 147g △인스턴트 커피 130g △캡슐커피 128g 순으로 나타났다. 가정에서는 늘 정량의 물과 원두를 사용하는 캡슐커피가 가장 친환경적인 원두 커피 추출방식이라는 것이다.
배우 김고은이 지난해 네스프레소 코리아 최초 브랜드 앰배서더로 발탁됐다. 이로써 김고은은 네스프레소 글로벌 앰배서더인 조지 클루니, 줄리아 가너 등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네스프레소는 캡슐 재활용 비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간편한 재활용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우선 네스프레소 부티크를 포함한 전국 68개 수거 지점에 다 쓴 캡슐을 모아 직접 반납하거나, 클럽 전화 및 공식 온라인 채널에서 커피 주문 시 ‘캡슐 재활용백 수거 요청’을 하면 택배 기사가 직접 방문해 캡슐을 무상 수거한다.
캡슐커피 재활용에선 여러 번의 선별 과정이 진행된다. 그중에선 사람이 직접 선별하면서 이물질과 타 브랜드의 캡슐을 정리하기도 한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이렇게 수거된 캡슐은 경기도 화성 소재 재활용 공장 ‘아이티그린’에 모인다. 네스프레소의 신장과도 같은 이곳에선 올해 상반기까지 총 1139t의 캡슐을 재활용, 340t의 탄소량을 저감했다. 이는 30년생 소나무 4만2500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다.
1차 선별을 마친 커피캡슐들은 파쇄 후 커피박을 우선 분리하고 건조 과정으로 옮겨진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31일 오전 방문한 아이티그린에선 커피캡슐이 재활용되는 과정을 직접 살펴볼 수 있었다. 재활용 과정은 △파봉 △선별 △건조 △분리 등 네 가지로 나뉜다. 우선 수거백에서 캡슐을 분리하는 파봉 과정을 거친 후 곧바로 자력 선별 과정이 진행된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 등 공장에서 재활용할 수 없는 물질을 걸러낸다.
선별 과정을 통해 걸러낸 타 브랜드 캡슐커피(왼쪽)와 재활용 불가능한 이물질(가운데), 플라스틱 캡슐커피(오른쪽).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선별 작업 이후엔 캡슐을 파쇄해 알루미늄과 커피박(커피찌꺼기)을 분리해야 한다. 특히 알루미늄 재활용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전기 간접가열 건조와 진동체 거름망 등을 통해 커피박을 최대한 분리한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선별 작업 이후엔 캡슐을 파쇄해 알루미늄과 커피박(커피찌꺼기)을 분리해야 한다. 특히 알루미늄 재활용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전기 간접가열 건조와 진동체 거름망 등을 통해 커피박을 최대한 분리한다.
재활용 준비를 마친 캡슐커피의 모습. 캡슐 안 커피박을 분리해 깨끗해진 상태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1개의 캡슐커피에선 커피박이 약 65%를 차지한다. 상반기 1139t의 캡슐을 재활용하면서도 741t 커피박이 분리됐다는 의미다. 커피박도 그냥 버리지 않는다. 협력업체로 다시 옮겨져 40%는 비료, 18%는 퇴비, 그리고 나머지 42%는 바이오 펠릿(Pellet)으로 탄생한다. 캡슐 수거백을 제외한 95%의 물질이 프로그램을 통해 재활용되는 것이다.
네스프레소가 카카오메이커스와 협업해 진행하는 ‘새가버치 프로젝트’를 통해 회수된 캡슐커피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카카오메이커스의 ‘새가버치 프로젝트’는 소비자로부터 쓸모없어진 제품을 수거해 가공 공정을 거쳐 새로운 제품으로 제작하는 친환경 활동이다. 네스프레소는 순환경제의 공익적 가치 환산에 동참하고 재활용 프로그램을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카카오메이커스와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카카오프렌즈의 인기 캐릭터인 ‘라이언’, ‘춘식이’가 함께 걸어 나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새활용 알루미늄 라이언&춘식이 키링’.
우선 지난해 처음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에는 7만7000여 명이 동참해 31.6만t의 커피캡슐을 수거했다. 커피캡슐은 카카오프렌즈의 인기 캐릭터인 ‘라이언’, ‘춘식이’가 함께 걸어 나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새활용 알루미늄 라이언&춘식이 키링’으로 재탄생했다. 네스프레소는 지난 키링 판매 수익금에 자체 추가 기부금을 더해 총 3200만 원을 트리플래닛의 멸종위기묘목 기부 사업에 기탁했다.
올해에도 2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원순환의 날(9월 6일)을 맞아 새활용 크루를 모집했다. 30일 기준으로 4만9000여명이 신청해 3만5000여개의 재활용 백이 배포됐다. 현재 캡슐 수거가 진행 중이며, 1차 프로젝트 키링처럼 업사이클링 제품을 생산해 내년 1분기 중 카카오메이커스 플랫폼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마찬가지로 수익금도 어린이 환경 교육 지원을 위해 기부할 방침이다.
화성=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