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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자녀 둔 30대 엄마, 6명에 ‘새 삶’ 선물…“엄마는 위대한 일을 했단다”

입력 | 2024-11-01 09:19:00

이근선 씨 가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생명나눔의 뜻을 밝힌 30대 여성이 장기기증으로 6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5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이근선 씨(38)가 심장, 폐장, 간장, 좌·우 신장, 안구를 기증하고 눈을 감았다고 1일 밝혔다. 이 씨는 지난달 1일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급히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이 씨는 2014년 1월 뇌하수체 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올 4월에 완치 판정을 받은 터라 가족의 슬픔은 컸다.

이근선 씨 가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 씨의 가족은 2006년 기증희망등록을 신청했다. 이 씨가 한 줌 재로 떠나기보다는 누군가를 살리는 좋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기증에 동의했다. 이 씨의 가족은 이별의 순간 착한 일을 하고 가는 이 씨를 생각하며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이 씨의 가족은 이 씨가 살린 다른 누군가의 몸에서 함께하고 있다고 이 씨의 자녀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이 씨의 가족은 슬퍼하는 이 씨의 딸에게 “엄마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천국으로 가지만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위대한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관계자는 “이 씨의 가족은 아이들이 ‘천사 같은 엄마가 다른 생명을 살렸다’는 것을 알고 자랑스러워했으면 하는 마음에 언론 보도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근선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 씨는 경기 화성시에서 1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웃음이 많고 밝아서 누구에게나 먼저 다가가는 긍정적인 성격이었다. 클래식 작곡과 피아노 강사 일을 했고, 시간이 될 때면 미술관과 공연장을 찾았다.

이 씨의 남편인 김희수 씨는 이 씨에게 “나의 하나뿐인 근선, 너무 사랑하고 보고 싶어. 너와 함께했던 모든 시간이 너무 행복했어. 다시 너를 만나러 갈 때까지 기다려줘. 그때까지 애들과 행복하게 잘 지낼게. 사랑해”라는 말을 전했다.

이근선 씨 가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이 씨가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이자 생명을 살린 영웅으로 기억될 수 있길 희망한다”며 “생명나눔을 실천한 기증자와 유가족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린 기증자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