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아파트’를 듣다가 몇 가지 새로 알게 됐다. 첫 번째, 아파트라는 술자리 게임이 있다. 노래 가사는 그에 착안했다. 나는 그런 게임 모른다. 후배에게 물었다. “그럼 ‘당연하지’ 같은 건가? 가수 김종국 있잖아. 그 옛날에….”
그러자 그의 눈빛엔 언제 적 ‘당연하지’냐는 빈축이 담긴다. 사무실 자리로 돌아가 귀에 이어폰을 꼈다. 유튜브로 검색해서 무슨 게임인지 알아본다. 랜덤 게임. 랜덤 게임….
두 번째, 아파트는 콩글리시다. 중간에 R 발음을 넣어 혀를 안쪽으로 유순하게 말면서 ‘아파ㄹ-트-먼트’(Apartment)라고 해야 뜻이 통한다. 해외 특파원으로 아파트먼트에 1년 살았는데, 몰랐다. 몰랐는데도, 그땐 아‧파‧트라고 끊어 말한 적이 없긴 하다. 굳이 따지자면, 아파트는 욕망과 결부된 재화라면 아파트먼트는 주거 형태를 일컫는 단어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아파트’ 뮤직비디오 캡처.
여럿 모이는 술자리 게임에서 리듬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박자에 정확하게 맞물리는 단정한 3음절, 초성에 ㅍ-ㅌ 파열음이 맞물리면서 만들어내는 어감이 입안에 굴리기 좋다는 건 술자리 게임에 끼어본 적 없는, 나도 알겠다. 그러나 이게 전 세계 어디서든 통하는 상품이자, 즐길 만한 음악적 잠재성이 있다고 하는 건 다른 차원이다. 어지간한 자기 확신 없이는 밀어붙일 수 없었을 것이다.
로제의 자기 확신을 뒷받침했던 건 우선은 예술가적 직관일 것이다. 그동안 로제의 음악뿐 아니라 디자인 작품도 소개되면서, 예술가로서의 미감이 진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오는 모양이다. 이처럼 타고난 직관에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로서 수년간 대중의 취향과 발맞춰온 가운데 쌓아간 자신감도 있었을 것이다. 성공 공식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자기 취향을 더할 수 있는 균형 감각이 느껴진다.
‘아파트’ 뮤직비디오 캡처.
“That’s what I’m on, yeah.” (로제·브루노 마스, APT 中)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