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AP 뉴시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6차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선 “점점 더 많은 러시아인을 우크라이나에서 자신이 만든 ‘고기 분쇄기’(meat grinder)에 던져넣고 있다”면서 “러시아 군사들이 매일 1200명씩 죽어가는데 (여기에) 대신 북한 병사를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이드 오스킨 미 국방장관도 “북한군이 전투에 지원하거나 참여하면 합법적인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러시아가 북한 용병을 사용하는 건) 러시아의 힘이 약해졌고, 많은 문제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스틴 장관은 또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탄약과 차량 등 핵심 지원을 할 것이며, 며칠 안에 추가 안보 지원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등 파트너와 함께 위험한 긴장 고조 상황에 대응할 수 있을지 논의하겠다”고도 했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미국에 ‘대여’ 방식으로 이미 155mm 포탄 50만 발을 우크라이나에 우회 지원한 바 있는데 또 한국에 포탄 대여 등 무기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블링컨 장관은 “북한군이 러시아에서 포병·무인기(드론)·참호 공략 훈련 등을 하고 있다”고 콕 집어 강조했다. 이를 전선 투입이 임박했다는 징후로 보는 동시에 전투에서 북한군이 담당할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라고 시사한 것.
특히 우리 정부는 북한이 이번 파병을 통해 드론 기술이나 관련 운용 능력 등을 크게 향상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최근에도 평양에서 드론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이번 파병을 통해 북한이 당장 얻을 가장 큰 성과는 드론 운용에 대한 실전 노하우 습득일 수 있다”고 했다.
드론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무기로 꼽힌다. 북한은 앞서 8월 신형 자폭 드론을 공개했는데, 당시 십자 날개가 달린 러시아 자폭 드론 ‘란쳇’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한 국내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이란 정부가 제공한 ‘샤헤드’ 드론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며 북한 기술진이 드론 관련 공장에서 일하며 기술을 습득할 것이라고도 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워싱턴=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