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10.21. 뉴시스
지난달 29일 교육부가 ‘조건 없는 휴학 승인’ 방침을 밝힌 후 두 의사단체가 “여야의정 협의체 논의를 시작하자”고 나섰지만 협의체 출범은 여전히 속도를 못 내는 상황이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단체 내부에선 “14일 예정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함께 정시가 진행되는데 내년도 증원을 논의하려면 하루 빨리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간판 모습.
의사단체에선 수시전형에서 수능최저등급 미달로 못 뽑은 인원과 정시전형 선발 인원을 조정하기로 할 경우 협의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창민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은 “정부는 이미 입시가 시작돼 내년도 모집인원을 조정할 수 없다고 하지만 수시와 정시 선발 인원은 줄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의비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성명에서도 “2024학번과 2025년 신입생을 함께 교육하는 상황까지 고려할 때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재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의료계에선 수능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입시가 시작되면 정원 조정 가능성은 더 희박해져 협의체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시모집 전형은 다음 달 12일까지 진행되고, 13일까지 합격자를 발표한다. 정시모집 원서 접수는 다음 달 31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다.
하은진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은 전날(지난달 31일) MBC라디오에 나와 “정치권이 명태균이나 김건희 여사 같은 정쟁 이슈에만 매몰돼 있다”며 여야의정 협의체와 관련해 “여당이 정부를 데려와야 하는데 정부와 여당 간 갈등이 너무 심하고 여야도 시기를 많이 놓친 점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또 의료계는 의대 증원뿐 아니라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 등이 주축이 된 ‘더 나은 의료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의료소비자-공급자 공동행동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성명에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활동을 멈추고, 모든 관계자가 참여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논의의 장에서 의료개혁 논의를 다시 시작하자”고 요구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