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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지도부 “탄핵의 강 또 건너야할지도”…‘尹 하야’ 공개 거론

입력 | 2024-11-01 17:17: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1.01.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탄핵소추안 추진 가능성을 열어 두고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재명 대표가 임명한 송순호 지명직 최고위원은 1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또다시 대통령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회의에서 당 최고위원들은 잇따라 윤 대통령 하야 및 2선 퇴진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그간 중도·보수층의 반발을 우려해 지도부 단위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발언 수위를 조절했지만 전날 윤 대통령의 통화 육성 녹취 공개를 계기로 사실상 ‘정권 퇴진’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양상이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에서 “불법과 허위의 시궁창을 기어 권력을 찬탈한 ‘김건희 윤석열 쿠데타’를 막아야 한다”며 “포악한 정권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 김병주 최고위원도 “스스로 결단해야 할 시간이 도래한 것 아니냐”고 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하루라도 빨리 국정에서 손 떼라”고 했다. 송 최고위원은 “또다시 탄핵이라는 헌정사의 불상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을 수용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것”이라며 “하야가 답이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주장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장경태·민형배 의원 등과 조국혁신당 일부의원을 포함한 21명은 ‘임기 단축 개헌 의원 연대’(개헌연대)를 결성하고 “더 이상 윤 대통령을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할 수 없다. 국민이 직접 해고 통지를 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 임기 2년 단축을 위한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도 현 상황을 ‘정치적 비상사태’로 규정했다. 이 대표는 “선거 과정, 선거가 끝난 후 이렇게 불법이 횡행하고 아예 대놓고 불법을 저지르는 정권을 처음 봤다”며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2일 서울역 앞에서 열리는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막기 위해 주권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尹 겨냥 “정권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어…정치적 비상사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 지역위원장-국회의원 비상 연석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4.11.01. 뉴시스

“국민이 뭐라고 하든 관계없이 내 갈 길 가겠다, 이것이 독재자의 태도 아니겠냐. 국민은 물과 같아서 정권을 세우기도 하지만,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불법과 범죄 의혹으로 가득한 권력을 계속 방탄하다간 분노한 민심의 파도에 함께 휩쓸려 갈 것이다.”(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민주당은 1일 윤석열 대통령이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음성을 전날 폭로한 것을 계기로 윤 대통령을 향한 전면적인 공세에 돌입했다. 전날 “엄중한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던 이 대표는 이날은 윤 대통령을 향해 “독재자의 태도” “불법 국정”이라고 발언 수위를 올렸다.

● “임기단축 개헌” 목소리 높여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국회의원-지역위원장 비상 연석회의를 열고 “정치적 비상사태”라며 “정치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인데 경제 상황이 매우 나쁜 국면에서 전쟁을 획책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오후에는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음성 녹취와 관련해 “법적·정치적 문제가 없다”는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주장에 대해 “대통령 당선자가 공천에 개입한 것 자체도 문제고, 공천에 개입한 일이 없다고 그동안 거짓말했던 것도 문제고,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2일 서울역 광장에서 여는 ‘김건희 국정농단 범국민 규탄대회’의 이 대표 연설문 초안에는 “촛불 혁명”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고 한다. 다만 민주당 관계자는 “초안을 계속 수정하고 있어 실제 언급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규탄대회에 이어 ‘김건희 특검법’ 통과에 당력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장외집회 결과에 따라 향후 전국 단위로 집회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지지 여론을 끌어올리고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 번째로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마찬가지로 정권 퇴진을 위해서는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이 필수”라며 “여론 압박을 통해 국민의힘 내 이탈표를 끌어내는 전략”이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윤 대통령 임기 단축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장경태·문정복·민형배 의원,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 등 21명은 이날 ‘임기 단축 개헌 의원 연대(개헌연대)’를 결성하고 윤 대통령의 임기를 2년 줄인 개헌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장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 탄핵은 나라의 불행인 데다 국민 불안감도 클 수밖에 없다”며 “개헌을 하면 전직 대통령의 예우도 보장되는 만큼 국민의힘에서도 탄핵보다는 좀 더 참여하기 쉬울 것”이라고 했다. 앞서 12명 규모로 출범한 ‘탄핵 발의 의원 연대’도 민주당 소속 의원 15명을 비롯해 야권 의원 총 32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 “대통령 내외 하산 준비해야”

당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을 겨냥한 발언도 나오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대통령 내외 분은 하산을 준비해야 한다”며 “황금 같은 임기 절반을 영부인만 감싼 결과”라고 했다. 당내 중도파로 꼽히는 박수현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정국이 탄핵 상황으로 가고 있는 만큼 법적·제도적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물론 아직 탄핵을 명시적으로 이야기하기는 빠르고 좀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향후 이어질 폭로와 여론 흐름을 감안해 대응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전날 공개한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 간의 통화 녹취 외에도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며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아직 3분의 1도 못 들어본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법 표결 전까지 2주 동안 몰아붙이는 국면이 펼쳐질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김 여사 주변에 명 씨만 있었겠느냐. 조커 카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