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십만 건 허수 주문해 조작” 檢, 피의자 주거지 등 7곳 압수수색
미국 대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2024.10.30.[서울=뉴시스]
금융 당국이 반복적인 매수 주문으로 시세를 조작한 뒤 보유 중인 가상자산을 높은 가격에 팔았던 사례를 적발해 검찰에 통보했다. 올 7월 시행된 가상자산법에 따라 조사, 제재가 가해지는 가상자산 시세조종 1호 사건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5일 A 씨에 대한 가상자산 시장 시세조종 혐의 사건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긴급조치 절차(패스트트랙)를 밟아 검찰에 통보했다고 1일 밝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A 씨는 해외 가상자산 발행재단에서 전송받은 코인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높은 가격에 매도할 목적으로 대량의 고가 매수 주문을 제출했다. 이후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기법을 통해 허수 매수 주문을 지속적으로 반복 제출하며 시세와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변동시켰다. API는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주문을 제출하거나 취소하도록 만든 프로그램으로 24시간 내내 고빈도 거래에 사용된다.
A 씨는 현재가보다 일정 비율 낮은 가격으로 매수 주문을 제출했다가 가상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해당 매수 주문이 체결되기 전 취소하는 방식의 허수 매수 주문을 하루에 수십만 건씩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가 얻은 부당이득 규모는 수십억 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일반 이용자가 해당 코인에 대량의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오인하도록 하는 전형적인 시세 조종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심리결과를 통보받고 대용량 매매데이터 분석플랫폼 등 자체 구축한 조사 인프라를 활용해 약 2개월 만에 조사를 완료했다. 패스트트랙을 통해 금융 당국으로부터 조사 결과를 이첩받은 검찰은 A 씨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수단(단장 박건욱 부장검사)은 지난달 30, 31일 가상자산법 위반 혐의를 받는 A 씨의 주거지 및 사무실 7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