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녀 엄마’ 38세 이근선씨 지난달 집에서 갑자기 쓰러져 뇌사 18년전 가족과 함께 장기기증 등록 심장 등 6명에게 새 생명 선물
지난달 5일 6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이근선 씨. 이 씨의 남편은 “아이들에게 엄마가 다른 누군가를 살리고 그 몸에 함께하고 있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엄마는 천국으로 가지만 다른 사람 생명을 살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거란다.”
지난달 1일 쓰러져 삼성서울병원에 뇌사 상태로 입원해 있던 이근선 씨(38)의 딸(9)이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울먹이며 묻자 이 씨의 남편 김희수 씨(41)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5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이 씨가 심장, 폐장, 간장, 좌우 신장, 안구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1일 밝혔다.
김 씨는 “아내가 기증희망등록을 한 것을 알고 있었고 누군가를 살리는 좋은 일을 하며 다른 이의 몸에서 생명을 이어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기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또 “아들(10)과 딸에게 엄마가 다른 누군가를 살리고 그 몸에 함께하고 있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고도 했다.
유족과 기증원에 따르면 이 씨는 경기 화성시에서 1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평소 웃음이 많고 밝은 성격으로 누구에게나 먼저 다가가는 편이었다고 한다. 클래식 음악을 작곡하는 걸 즐겼고 피아노 강사 일을 했으며, 시간이 날 때마다 미술관에 가거나 공연을 관람하곤 했다. 또 이 씨는 2014년 1월에 뇌하수체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후 올 4월 완치 판정을 받았는데, 이후 반년 만에 쓰러진 것이어서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김 씨는 아내에게 “함께했던 모든 시간이 너무 행복했고 사랑한다. 다시 너를 만나러 갈 때까지 기다려 주면 좋겠다. 아이들과 행복하게 잘 지내 보겠다”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이 씨가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이자 생명을 살린 영웅으로 기억될 수 있길 희망한다”며 고인과 유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