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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왜 여기에”…시신 옮기다 오열한 가자지구 구급대원

입력 | 2024-11-02 11:07:00


이스라엘 폭격으로 사망한 희생자의 시신을 이송하던 팔레스타인 구급대원이 들것에 실린 시신이 자신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오열하고 있다. (사진=AP 영상 캡처) ⓒ뉴시스

팔레스타인 구급대원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여성의 시신을 이송하다가 뒤늦게 자신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오열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사미라 바르디니(61·여)는 전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마가지 난민캠프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에 따르면 당시 이스라엘군이 마가지 난민촌의 한 차량을 공격하면서 차량에 타고 있던 남성 2명과 인근에 있던 사미라가 숨지고 10여 명이 다쳤다.

구급대원이자 사미라의 아들인 아베드 바르디니는 현장에 출동한 구급차에 탑승한 상태였다. 그는 시신이 피로 얼룩진 흰 천으로 감싸져 있었기에 어머니라는 걸 전혀 몰랐다.

시신은 구급차에 실려 2㎞가량 이동해 데이르 알발라흐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으로 옮겨졌다. 아베드는 시신이 누워있는 들것을 내려 병원 안뜰을 가로지른 뒤 의료진에게 갔다.

이스라엘 폭격으로 사망한 희생자의 시신을 이송하던 팔레스타인 구급대원이 들것에 실린 시신이 자신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오열하고 있다. (사진=AP 영상 캡처) ⓒ뉴시스

의료진이 흰 천을 걷어 올리자, 아베드는 무너져 내렸다. 자신의 어머니가 누워있던 것. 그는 “세상에, 제 어머니가 분명해요. 이 시신이 어머니인 줄도 몰랐어요”라며 흐느꼈다. 이후 시신 위로 몸을 기댄 채 눈물을 쏟았다.

의료진들은 아베드를 위로하기 위해 주차장에서 사미라를 위한 장례 기도를 올렸다. 아베드는 어머니의 시신을 땅에 묻기 위해 구급차로 옮겼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공습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전쟁이 1년 이상 지속되면서 가자지구 인구 중 4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