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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한 권력 심판” 민주, 대규모 거리 투쟁…尹 하야·탄핵도 거론

입력 | 2024-11-02 18:01: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 국정농단 범국민 규탄대회’에서 박찬대 원내대표, 김민석 최고위원을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2/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권을 겨냥한 대규모 거리 투쟁에 나섰다.

민주당은 2일 오후 2시부터 약 2시간 30분 동안 서울역 일대에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대규모 장외 집회를 주최했다. 이 자리에는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지역위원장, 전국 당원 등이 함께했다.

주최 측인 민주당은 약 30만 명이 집회에 참석했다고 추산했지만, 경찰은 집회 인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은 “정당 주최 집회는 정쟁 여지가 있고, 시비 걸릴 여지가 있어 내부 보고만 하고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청 확인 결과 연행 등 물리적 충돌 상황은 따로 없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서울역 4번 출구를 중심으로 숭례문 일대와 남대문시장, 신한은행 등 인근 일대에 모두 파란색 드레스 코드 맞춰 입고 몰려들었다. 대부분은 당 부스에서 나눠준 ‘국정농단 진상규명/ 김건희를 특검하라’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서울역 일대 지하철 입구와 건물 곳곳에는 QR코드가 있는 이재명 무죄 주장하는 탄원서를 받는 종이가 붙어있었다. 이재명 지지자들인 ‘잼잼 봉사단’은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탄원서를 수기로 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 서두에 “2016년 10월 29일, 청계광장에서 박근혜 정권의 무도함을 질타하는 연설을 한 적이 있다. 당시는 성남시장, 변방의 장수여서 드리고 싶은 말씀을 자유롭게 드렸지만 지금은 제1야당 대표라서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다는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지금 바로 이 대한민국 헌법 제 1조가 유린되고 있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아닌, 책임 없는 자들이 국정을 지배하고, 주권자의 합리적 이성이 아닌, 비상식과 몰지성, 주술이 국정을 흔든다”고 윤 정권을 겨냥했다.

이 대표는 “정치는 종합예술이다. 있는 길을 잘 가는 것이 행정이라면, 없는 길을 만드는 것이 정치다. 국민에 맞선 대통령은 성공할 수 없음을, 그들은 끝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음을 국민항쟁 승리의 우리 역사가 증명한다”고 했다.

또 “대통령과 정부에 요구한다. 국민의 압도적 주권의지인 김건희 특검법·채상병 특검법을 즉각 수용하라. 고사 직전 민생경제를 살리는 긴급조치를 즉각 시행하라. 민생과 경제에 치명적인 전쟁유발 정책을 중단하고, 한반도 평화의 길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 국정농단 범국민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1.2/뉴스1


박찬대 원내대표 역시 “역대 최악의 대통령, 역대 최악의 영부인이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다. 윤석열 정부 2년 반 만에 대한민국이 총체적 위기”라며 “국민은 높은 물가에, 높은 이자에, 의료대란에 못 살겠다고 아우성인데 대통령과 정부와 국민의힘과 검찰은 김건희 여사 지키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김건희 특검법은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고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다. 특검법을 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를 위한 장외 집회로 정권 퇴진 운동과는 거리를 뒀지만 지도부에서는 “대통령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들도 나왔다.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은 “이단 왕국은 끝나고 민주 공화국이 새 출발하는 출정일”이라며 “특검이든 탄핵이든 개헌이든 대한의 봄으로 이어질 것이다. 박정희보다 잔인하고, 전두환보다 뻔뻔한 ‘부부 날강도’는 박정희·전두환보다 무서운 철퇴를 맞을 것이다. 민주 공화의 적들이 잠시 벌인 개판을 평정하고, 대한 공화를 다시 선포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8년 전 이맘때가 생각나나. 그때 윤 대통령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한다면서 마치 정의로운 검사인양 공정과 상식 떠들던 것을 기억하나. 그 윤석열 검사의 지금 꼴을 보라. 공정과 상식은커녕 자신의 배우자, 처가 비리 덮기 위해 대한민국 내로남불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다. 심지어 자신의 마누라 비리를 덮기 위해 남의 나라 전쟁 끼어들 궁리마저 하고 있다. 우리 삶, 민생 얼마나 어렵나.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윤 대통령은 내려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주 최고위원 역시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 상황이다. 경제는 파탄나고 민생은 도탄에 빠졌다. 이것만이 아니다. 안보 위기상황이다. 하루가 다르게 오물풍선이 날아와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검찰에서는 확성기 방송으로 국민들이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이것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윤 정권이 저 멀리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불씨를 한반도로 가져오려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정권을 두고 볼 수 없다. 이제는 윤 정권 내려야 한다. 오늘이 그 행동의 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민주당이 길거리로 나선 건 지난 6월 윤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 거부권 행사 규탄 대회 이후 4개월 만이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