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대로 만드는 ‘모디슈머’ 열풍 농심, 매운맛에 고소한 풍미 더한 신제품 ‘신라면 툼바’ 출시 국내 흥행 발판 삼아 글로벌 도약
농심이 출시한 ‘신라면 툼바’는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가파른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농심 제공
자신의 취향대로 조리해 먹는 ‘모디슈머(Modisumer)’ 열풍이 거세다. 모디슈머란 수정(Modify)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제품을 재창조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최근 쉽게 조리할 수 있는 라면 분야에서 모디슈머 트렌드가 확산하는 추세다. 농심 신라면에 우유와 치즈, 새우, 베이컨 등을 넣어 미국식 투움바 파스타처럼 만드는 ‘신라면 투움바’가 대표적이다.
농심은 최근 인기몰이 중인 신라면 투움바를 소비자들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실제 제품으로 출시했다. 농심이 9월 ‘신라면 툼바 큰사발면’을 출시한 직후 우유, 치즈 등 기타 재료를 소비자들이 직접 사서 만들 필요 없이 기성품으로 신라면 툼바를 즐길 수 있다는 소식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320만 개를 돌파했다.
● 진화된 신제품으로 흥행몰이
한층 업그레이드한 신라면 툼바 봉지면 역시 흥행에 성공했다. 출시 2주일 만에 250만 개가 판매되며 가파른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가정에서 다양한 재료를 추가해 조리할 수 있는 봉지면 특성에 따라 새우, 소시지, 치즈 등을 추가한 조리 인증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달구면서 봉지면 출시 이후 ‘신라면 툼바’ 온라인 언급량이 약 40% 증가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고소하고 부드러운 치즈의 풍미가 느껴지는데, 뒤에 따라오는 매운맛 덕분에 느끼하지 않다” “부모님과 내 입맛을 동시에 사로잡는 세대 통합의 맛” 등 소비자들의 후기가 이어졌다.
● 소비자 니즈를 제품 출시로 빠르게 연결
농심이 이색 조합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비결이 뭘까? 그 비결로는 ‘재빠른 소비자 발견(consumer discovery)’을 꼽을 수 있다. 흥행하는 한국 브랜드를 연구한 다비드 뒤부아 프랑스 인시아드 부교수는 K브랜드의 성공 비결로 ‘재미있고 빠른 소비자 발견’을 꼽는다. K브랜드는 시장에서 소비자와 활발히 상호작용함으로써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새로운 제품을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 스며들게 한다. 여기에 더해 드라마나 영화 등 K콘텐츠 안에 기민하게 제품을 배치함으로써 홍보 효과를 더욱 배가한다.
모디슈머 트렌드의 원조 격인 농심 ‘짜파구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2009년 농심이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소비자가 농심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자신만의 이색 레시피로 소개하며 알려진 ‘짜파구리’는 2013년 한 예능 방송에 노출되며 전국적으로 유행했다. 이어 2020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수상하면서 영화에 등장한 짜파구리에 대한 국내외 소비자들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농심 관계자는 “모디슈머 레시피를 기반으로 한 짜파구리, 카구리, 신라면 툼바 등의 제품들이 출시 직후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후 현재까지 안정적인 판매세를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주시하며 젊은 소비자들이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 해외 시장 진출로 글로벌 브랜드 도약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유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농심의 라면 생산 규모는 현재 글로벌 5위다. 2021년 처음으로 농심은 해외 라면 매출 1조 원을 넘기기도 했다.
특히 라면 원조국인 일본을 빠르게 따라잡으며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2017년 농심은 한국 식품 최초로 신라면을 미국 월마트 전 점포에 입점시켰으며, 2020년 6월 뉴욕타임스 자회사인 상품 전문 사이트 와이어커터(Wirecutter)는 농심이 만든 ‘신라면 블랙’을 ‘세계 베스트 라면 1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