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호무역주의’에 대미·대중 수출 이중고 우려
“반도체 칩과 과학법(칩스법)은 정말 나쁜 거래다. 우리는 단 10센트(의 보조금)도 들일 필요가 없었다. 미국이 수입하는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그들(한국·대만 반도체 기업)로 하여금 미국에 들어와 아무런 대가 없이 공장을 짓게 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최근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한 말이다.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대적 관세 인상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해온 트럼프가 반도체 관련 관세 구상을 재확인해준 것이다. ‘보편 관세 20%, 중국 제품 관세 60%’를 골자로 하는 트럼프표 보호무역주의가 현실화할 경우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은 상당한 타격을 입는 나라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미 수출 관세 폭탄은 물론, 중국 경기침체에 따른 반사적 불이익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11월 대선에서 당선할 경우 ‘보편 관세 20%, 중국 제품 관세 60%’를 핵심으로 하는 고율 관세정책이 추진될 전망이다. [뉴시스]
반도체 칩스법·자동차 IRA ‘위태위태’
미국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하고 있는 화장품 산업도 타격을 받을 공산이 크다. 최근 화장품은 기존 최대 시장이던 중국 대신 미국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K-뷰티’ 열풍을 타고 중소 화장품 브랜드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국내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관세 정책 변화를 리스크 중 하나로 설정하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아직 직접 대응에 나설 단계는 아니지만 추가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인력, 마케팅비 효율화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에 대한 미국의 통상 압박이 심화하면 중국 내수가 부진해지면서 화장품 등 소비재 수요가 줄어든다. 미국과 함께 중국을 주요 축으로 하는 화장품 산업이 이중 타격을 받는 구조인 것이다. 7월 트럼프 피습 사건 직후 증시에 ‘트럼프 트레이드’가 나타났을 때 화장품주 주가가 하락한 배경이기도 하다.
“중국 60% 관세 한국에도 화살 될 것”
국내 전문가들은 “트럼프 관세 인상 정책이 미·중 수출을 주축으로 하는 한국 경제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산업연구원(KIET) 한 관계자는 “(트럼프의) 보편 관세로 대미 수출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 미국의 중국 때리기도 한국에 화살로 돌아올 것”이라면서 “중국 내수가 침체되면 중국을 주요 수출국으로 삼는 원자재, 부품 등 여러 산업이 불황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반도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턱밑까지 추격해온 중국 반도체 기업을 따돌리는 등 일부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한국 교역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 그 결과가 상쇄돼 한국에는 결코 득이 아닌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63호에 실렸습니다》
이슬아 주간동아 기자 is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