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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 SNL에 깜짝 출연한 해리스…거울 속 자신에게 “넌 상대방 못하는 일 해”

입력 | 2024-11-03 15:31:00

닮은꼴 개그우먼에게 트럼프 풍자하며 덕담
대선 D-4 전용기 뉴욕으로 돌려 극비리 출연



2일(현지 시간) SNL ‘2024 Pre-Election Cold Open’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오른쪽)이 자신으로 분장한 개그우먼 마야 루돌프와 나란히 서 있는 모습. AP 뉴시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대선을 사흘 앞둔 2일(현지 시간) 미 NBC의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Saturday Night Live)’에 깜짝 출연했다. 해리스 후보는 SNL에서 개그우먼 마야 루돌프가 연기한 ‘해리스’에게 “당신은 해낼 수 있다(You got this)”라면서 “차분함을 유지하고 계속 나아가라”라고 덕담을 했다.

해리스 후보는 이날 7대 경합주 중 한 곳인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유세를 마친 뒤 전용기를 타고 공개된 일정에 없던 뉴욕주 라과디아 공항로 향했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또 다른 경합주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로 가 유세를 이어갈 예정이었다. 생방송 출연 계획은 해리스 후보의 차량 행렬이 NBC 스튜디오가 있는 뉴욕 록펠러 플라자 빌딩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비밀로 유지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날 오후 11시 반부터 생중계된 SNL의 한 코너인 ‘2024 대선 사전 선거 콜드 오픈(Cold Open)’은 CNN의 ‘케이틀런 콜린스와 함께하는 취재원’ 프로그램의 패러디로 시작했다. 이후 해리스 후보의 가상 유세 행사에서 무대 뒤 대기실 장면으로 전환됐다.

2일(현지 시간) SNL ‘2024 Pre-Election Cold Open’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오른쪽)이 자신으로 분장한 개그우먼 마야 루돌프와 독백하듯 마주보고 있는 모습. SNL 유튜브 캡처

해리스 역을 맡은 개그우먼 루돌프는 대기실 화장대 앞에 앉아 “나는 그냥, 나와 비슷한 처지였던 사람, 즉, 대선에 출마한 아시아계 흑인 여성과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혼잣말을 했다. 루돌프는 SNL에서 해리스 후보를 연기하며 똑같은 성대모사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루돌프의 혼잣말에 실제 해리스 후보가 등장했고, 그는 화장대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이도록 설정된 무대에 루돌프와 마주앉았다. 두 사람은 같은 헤어스타일을 했고, 같은 정장에 진주 목걸이나 미국 국기 브로치 등 액세서리까지 똑같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해리스 후보의 등장에 관객석에서 박수와 비명이 30초가량 터져나왔다.

해리스 후보는 루돌프가 연기한 거울 속 ‘해리스’에게 독백하듯 “자매님, 저도 마찬가지”라고 운을 뗐다. 그 또한 자기 자신과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혼잣말을 하듯 “카멀라, 당신을 만나게 돼 반가워요. 나는 그저 ‘당신은 할 수 있어요’라고 상기시키려 해요. 당신은 상대방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거든요. 당신은 문을 열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위스콘신 유세에 앞서 쓰레기 수거 트럭에 올라타며 문을 여는 데 어려움을 겪은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을 풍자한 것이다.

2일(현지 시간) SNL ‘2024 Pre-Election Cold Open’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오른쪽)이 자신으로 분장한 개그우먼 마야 루돌프와 나란히 서 트레이드마크인 박장대소 웃음을 선보이는 모습. AP 뉴시스


루돌프는 이어 해리스 후보의 ‘트레이드마크’인 박장대소하는 듯한 웃음도 따라했다. 이에 해리스 후보는 “나는 그렇게 웃지 않는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역대 미 대선 후보나 정치인이 SNL에 출연한 사례는 있다. 2016년 대선 과정에선 당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각각 다른 에피소드에 출연했다. 버락 오마바 전 대통령도 2008년 대선 과정에서 잠깐 등장했다. 하지만 선거일을 3일 앞둔 시점에서 전격 출연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리스 후보의 깜짝 등장은 최근 몇 주 동안 펼치고 있는 “유권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다가간다”를 목표로 하는 해리스 캠프의 ‘미디어 공세’와 일맥상통한다고 CNN은 분석했다. 미 대선을 코앞에 두고도 해리스 후보와 트럼프 후보가 주요 경합주 등에서 초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위험할 수도 있는 생방송 코미디 프로그램 출연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