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개그우먼에게 트럼프 풍자하며 덕담 대선 D-4 전용기 뉴욕으로 돌려 극비리 출연
2일(현지 시간) SNL ‘2024 Pre-Election Cold Open’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오른쪽)이 자신으로 분장한 개그우먼 마야 루돌프와 나란히 서 있는 모습. AP 뉴시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대선을 사흘 앞둔 2일(현지 시간) 미 NBC의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Saturday Night Live)’에 깜짝 출연했다. 해리스 후보는 SNL에서 개그우먼 마야 루돌프가 연기한 ‘해리스’에게 “당신은 해낼 수 있다(You got this)”라면서 “차분함을 유지하고 계속 나아가라”라고 덕담을 했다.
해리스 후보는 이날 7대 경합주 중 한 곳인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유세를 마친 뒤 전용기를 타고 공개된 일정에 없던 뉴욕주 라과디아 공항로 향했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또 다른 경합주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로 가 유세를 이어갈 예정이었다. 생방송 출연 계획은 해리스 후보의 차량 행렬이 NBC 스튜디오가 있는 뉴욕 록펠러 플라자 빌딩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비밀로 유지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날 오후 11시 반부터 생중계된 SNL의 한 코너인 ‘2024 대선 사전 선거 콜드 오픈(Cold Open)’은 CNN의 ‘케이틀런 콜린스와 함께하는 취재원’ 프로그램의 패러디로 시작했다. 이후 해리스 후보의 가상 유세 행사에서 무대 뒤 대기실 장면으로 전환됐다.
2일(현지 시간) SNL ‘2024 Pre-Election Cold Open’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오른쪽)이 자신으로 분장한 개그우먼 마야 루돌프와 독백하듯 마주보고 있는 모습. SNL 유튜브 캡처
루돌프의 혼잣말에 실제 해리스 후보가 등장했고, 그는 화장대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이도록 설정된 무대에 루돌프와 마주앉았다. 두 사람은 같은 헤어스타일을 했고, 같은 정장에 진주 목걸이나 미국 국기 브로치 등 액세서리까지 똑같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해리스 후보의 등장에 관객석에서 박수와 비명이 30초가량 터져나왔다.
해리스 후보는 루돌프가 연기한 거울 속 ‘해리스’에게 독백하듯 “자매님, 저도 마찬가지”라고 운을 뗐다. 그 또한 자기 자신과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혼잣말을 하듯 “카멀라, 당신을 만나게 돼 반가워요. 나는 그저 ‘당신은 할 수 있어요’라고 상기시키려 해요. 당신은 상대방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거든요. 당신은 문을 열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위스콘신 유세에 앞서 쓰레기 수거 트럭에 올라타며 문을 여는 데 어려움을 겪은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을 풍자한 것이다.
2일(현지 시간) SNL ‘2024 Pre-Election Cold Open’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오른쪽)이 자신으로 분장한 개그우먼 마야 루돌프와 나란히 서 트레이드마크인 박장대소 웃음을 선보이는 모습. AP 뉴시스
루돌프는 이어 해리스 후보의 ‘트레이드마크’인 박장대소하는 듯한 웃음도 따라했다. 이에 해리스 후보는 “나는 그렇게 웃지 않는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해리스 후보의 깜짝 등장은 최근 몇 주 동안 펼치고 있는 “유권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다가간다”를 목표로 하는 해리스 캠프의 ‘미디어 공세’와 일맥상통한다고 CNN은 분석했다. 미 대선을 코앞에 두고도 해리스 후보와 트럼프 후보가 주요 경합주 등에서 초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위험할 수도 있는 생방송 코미디 프로그램 출연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