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들이 2일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참석해 특검법 통과 촉구 천만인 서명운동을 마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1.02 [서울=뉴시스]
“주술이 국정을 뒤흔들고 있다. 불의한 반국민적 권력을 우리의 손으로 확실하게 심판하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일 서울역 인근에서 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 탄핵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당 최고위원들은 경쟁적으로 ‘탄핵’을 직접 언급하거나 ‘하야’를 시사했다. 정치권에선 “명목상 ‘김건희 특검 수용 촉구’ 집회였지만 사실상의 ‘정권 퇴진’ 운동을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집회엔 당 지도부와 현역 의원 170명을 포함해 당 추산 30만 명(경찰 추산 2만 명)의 인파가 모였다. 집회 참석자들은 2시간 20분간 이어진 집회에서 ‘김건희를 특검하라’ ‘국정농단 진상규명’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정권 퇴진 구호를 외쳤다.
이 대표는 장외집회 연설에서 현 정권을 ‘범법 정권’이라고 규정하며 “국회와 국민 동의 없는 우크라이나 파병, 살상무기 지원, 무제한적인 거부권 행사, 시행령 통치와 권력 남용을 하며 민주주의를 파괴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윤 대통령의 공천개입 의혹 관련 명태균 씨와의 통화 녹취 파문과 관련해 “온 국민이 대통령의 육성을 들었음에도 또 국민을 속이려 한다”며 “한 번은 속아도, 두 번 속을 국민은 없다”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2016년 촛불시위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는 “8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는데 결국 빙빙 돌고 돌아 제자리에 오고 만 것 같아서 참으로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촛불로 몰아낸 어둠이 한층 크고 캄캄한 암흑이 되어 복귀했지만, 어둠이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우리가 다시 한번 증명해 내자”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탄핵’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연설을 시작하면서 “제1야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다는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는 말부터 꺼내며 “제가 하지 못하는 말은 여러분이 직접 더 높이, 더 많이 해달라”고 했다. 이는 사전 연설문엔 없던 이 대표의 즉흥 발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날 “윤석열은 물러나라”는 구호에 맞춰 주먹을 쥐고 위아래로 흔드는 동작을 따라하기도 했다.
최고위원들은 탄핵과 임기 단축 개헌 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대통령 부부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은 “박정희보다 잔인하고 전두환보다 뻔뻔한 부부 날강도는 그보다 더 무서운 철퇴를 맞을 것”이라며 “민주공화의 적들이 벌린 ‘개판’을 평정하고 대한공화를 다시 선포하자”고 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 처리를 위한 전국 단위 장외투쟁을 이어가는 한편 4일부터 국회 내 농성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임기 단축 관련) 개헌 요구도 있고, 탄핵과 관련된 요구도 많이 있는데, 11월에는 김건희 특검법을 관철시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이 상정될 14일 본회의까지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현역 의원들이 직접 특검법 수용 촉구 릴레이 농성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4일 의원총회를 열어 원내의 전체적인 향후 전략을 보고하고, 추인받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전국적인 여론 형성을 위한 시도당별 순회 장외농성도 논의 중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국 주요 도시별로 장외집회를 이어가다가,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또 다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서울에서 다시 대규모 장외농성을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정부 규탄 대회를 이어가 국민 여론을 쌓은 뒤 국정농단 추가 증거를 지켜보면서 탄핵을 본격 추진할 타이밍과 속도를 잴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 대표를 위한 ‘방탄 한마당’을 펼쳤다”며 비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더불어방탄당 답다”며 “특검은 그저 구호였을 뿐 목적은 이 대표의 방탄 하나였음을 전국민이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현 정권을 “범법정권”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이미 전과 4범이면서 7개 사건에서 11개의 혐의로 4개의 재판 받고 있는 분이 대놓고 하실 말씀은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정광재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 최고위원들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며 “말로만 민생을 외치지 말고, 아스팔트 바닥이 아닌 국회에서 본분을 다하라”고 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