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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핫한 와인 ‘쥐라’를 찾아 떠난 여행[정기범의 본 아페티]

입력 | 2024-11-03 23:00:00

사진 출처 프랑스 관광청 홈페이지


문득 가을 정취를 즐기고 싶은 마음에 파리에서 4시간여를 운전해 프랑슈콩테 지방을 찾았다. 이 지역은 알프스산맥 북쪽과 부르고뉴의 경계지, 쥐라(Jura)산맥에 둘러싸여 있다. ‘쥐라기’의 어원이 되는 산맥이다.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프랑스 전체 와인 생산량의 0.2%에 불과하여 대부분 국내에서 소비되어 온 쥐라 와인은 최근 전 세계 와인 마니아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이 지역은 포도 농장 면적이 80㎢에 불과한데 7개 포도원이 원산지 보호 명칭 제도 인증(AOC)을 받았다. 주요 와인 생산지 중 아르부아와 코트 드 쥐라는 스파클링, 화이트, 로제, 레드, 뱅 존, 뱅 드 파유 등 모든 종류의 와인을 양조하며 레투알은 화이트 와인과 뱅 드 파유, 샤토샬롱은 뱅 존과 스파클링 와인인 크레망 뒤 쥐라로 유명하다.

일반적으로 보르도 부르고뉴 지역은 레드 와인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지역은 화이트 와인 생산량이 2배에 달한다. 이 화이트 와인을 만들기 위해 미네랄과 정제된 우아함이 느껴지는 샤르도네, 균형미와 풍부한 향, 오크 숙성에서 비롯된 스파이시함과 스모키한 아로마를 겸비한 사바냥 품종이 사용된다. 샤르도네 단일 품종은 와인 숙성 기간 중 증발하는 양(‘천사의 눈물’)만큼 와인을 채워 산화를 방지하는 우야주(ouillage)를 하는 와인과 하지 않는 와인으로 나뉜다. 우야주 방식 와인에선 싱싱한 포도 과실과 꽃 향이 난다. 우야주를 거치지 않는 와인은 샤르도네, 사바냥 단일 품종이나 둘을 블렌딩해 만드는데 산화되면서 표면에 얇은 효모 막이 생긴 결과 사바냥의 특징적인 풍미와 월넛, 헤이즐넛, 스파이시한 향이 살아난다.

레드 와인에 쓰이는 품종은 풀사르와 인접한 부르고뉴의 대표, 피노 누아르, 짙은 컬러의 트루소다. 쥐라에서 생산되는 레드 와인의 특징은 과실 향이 두드러지고 부드럽다는 것이다. 중간에 검은색 선이 특징적이고 살살 녹는 텍스처와 세련된 향기가 훌륭한 모르비에 치즈나 육즙이 풍부하고 육질이 훌륭한 훈연한 나무로 만든 모르토 소시지와 잘 어울린다.

쥐라 와인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는데 내추럴 와인의 개척자, 피에르 오베르누아다. 퓌필랑에서 와인을 만들다 지금은 은퇴한 그는 1968년에 아버지의 포도밭을 상속받아 자연적인 방법으로 와인을 생산했고 1984년에 이산화황을 사용하지 않는 와인을 처음 선보였다. 이후 그의 영적인 아들 에마뉘엘 우용에게 이를 상속했는데 그의 와인은 한 병에 수백만 원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내추럴 와인의 전설이다.

뱅 존도 빼놓을 수 없다. ‘노란색 와인’을 뜻하는데, 사바냥 포도를 발효한 뒤 6년 3개월간 오크통에서 숙성해 만든다. 숙성 과정에서 증발한 와인의 표면을 따라 효모막이 생기고 이 막이 와인을 보호하며 복합적 풍미를 만들어 낸다. 견과류의 맛을 보여 주며 드라이하고 부드러운 풀바디 풍미를 즐길 수 있다.

쥐라 와인 하면 피에르 오베르누아 와인이 떠오른다. 기존에 마셨던 와인과 달리 사향과 지푸라기 냄새까지 나던 이 와인의 묘한 매력에 한 병을 마신 후 2병을 구입했다. 10여 년 전 35유로에 샀던 이 와인은 지금은 한 병에 2000유로를 주고도 살 수 없는 와인이 되었고 지금도 내 카브에 한 병이 귀히 모셔져 있다.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