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ech와 함께 안전운전] 〈15〉 美캘리포니아 음주운전 방지 현장 장치에 ‘후’ 불고 ‘패스’떠야 시동 걸려… 설치-운영비 등 6개월 89만원 부담 “금전적-정신적 피해 커… 다신 안해” 美 36개주 도입… 사망자 19% 줄어 국내도 법개정… 2026년 본격 발급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도입된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IID·Ignition Interlock Device). 캘리포니아=송유근 기자 big@donga.com
“너무 짜증나요. 하지만 뭐 어쩌겠어요. 법원이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 6개월 부착이랑 면허정지 중 선택하라는데…. 이 넓은 도시를 차 없이 돌아다닐 수 없잖아요.”
지난달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IID·Ignition Interlock Device)를 설치하는 대표적인 업체 ‘라이프세이퍼(LifeSafer)’에서는 음주운전 차량을 상대로 IID 설치가 한창이었다. 10월 초 음주운전에 적발돼 이곳에 IID를 설치하려고 왔다는 크리스 씨는 “설치가 끝이 아니고 운영 비용도 내야 한다더라. 하루에 3달러라는데 앞으로 6개월간 교통위반이 없어야만 장치를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550달러(약 75만 원)는 족히 더 나가게 생겼다. 그뿐인가? 자동차 보험료도 대폭 올랐다”고 말했다.
IID 하나를 설치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설치비는 100달러(약 14만 원)였다. 업체 측은 크리스 씨에게 “법원에 증빙 서류를 내야 하는 것 잊지 말고, 두 달 간격으로 주기적으로 방문해 장치 검사를 받으라”며 “장치를 혹시라도 제거한 흔적이 발견되면 고발당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크리스 씨는 “내 평생 딱 한 번 적발된 건데 금전적, 정신적으로 피해가 너무 커 다시는 음주운전을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미국에서 작동하는 IID는 운전 중 수시로 음주 측정을 요구한다. IID에서 평균적으로 20, 30분마다 음주 측정 신호음이 울리면 운전자는 6분 내 음주 측정에 응해야 한다. 설치소 측은 “‘시동 중 재검사’는 시동을 켠 채로 음주를 하거나 운전 중 음주를 하는 것 등을 예방하는 목적”이라며 “응답 시간 6분은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울 시간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캘리포니아주는 1986년 ‘운전자 안전법’을 제정해 전 세계에서 IID를 가장 먼저 도입했다. 2019년 1월부터 음주운전 초범에게도 IID 설치를 의무화하기도 했다.
● 재범률 70%↓…‘음주운전 천국’ 오명 벗다
미국의 광활한 대지 특성상 음주 단속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에 캘리포니아 교통당국(DMV)이 착안한 대안이 “술을 마시면 차에 시동이 안 걸리게 원천 차단하자”는 것이었다. DMV 관계자는 본보 인터뷰에서 “IID는 현재까지 나온 대책 중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며 “적지 않은 설치 비용과 불편 탓에 애초에 음주운전을 꺼리게 하는 위축 효과(Chilling effect)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5년 이내에 두 번 이상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재범자들은 지난달부터 ‘결격 기간’만큼의 기간 동안 IID가 설치된 차량만 운전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음주운전 2회로 인해 면허가 취소되는 2년의 결격 기간 이후 2년 동안은 IID 조건부 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IID 조건부 면허는 개정법 시행 2년이 지나는 2026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발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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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송유근 기자 bi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