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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공포증 아이, 부모의 태도부터 돌아보자[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입력 | 2024-11-03 22:57:00

〈213〉아이의 ‘수행 불안’ 줄이려면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어쩌면 평생 시험을 치러내야 한다.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무엇인가를 해내야 하며, 다른 사람의 평가를 받는 것들을 겪어 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상황을 별로 불안해하지 않고 비교적 편안하게 해내는 아이가 있고, 반대로 몹시 긴장해 불안해하고 불편하게 여기는 아이도 있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특히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해야 하거나 무대에서 공연이라도 한다면 불안이나 긴장은 더욱 고조된다. 평소 잘하던 것도 허둥거리게 되고, 그런 자신의 모습에 당황해 실수를 하기도 한다. 여러 사람 앞에서 이런 경험을 한 아이는 두고두고 수치심을 느끼거나 자신감을 잃어서 소위 ‘무대공포증’에 걸리기도 한다. 무대에 서기만 하면 연습 때 잘하던 것도 틀리거나 갑자기 얼어 버리는 아이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것이 쌓이면 남에게 인정받지 못하게 되고, 제대로 된 성취 경험이 없다 보니 점점 자신감도 사라지고 열등감에 시달리게 된다.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우선 부모가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아이의 수행 불안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 부모들이 흔히 하는 행동 중에 수행 불안을 악화시키는 태도들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실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지나치게 강조해서 말하는 태도다. 아이가 하는 일을 격려해 주고 조언해 주기보다는 실패하면 얼마나 비참해지고 좋지 않은지 끊임없이 경고하면서, 실패한 사람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고 친구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등의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실패를 받아들여 주지 않는 부모의 태도는 결국 아이에게 ‘제대로 하지 못할 바에는 대충 하거나 안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해서 아이가 무엇이든 쉽게 포기하게 한다.

둘째, 아이가 시험이나 무대 공연을 연습할 때 잘 못하면 소리를 지르거나 야단을 치는 태도다. 부모가 소리치거나 큰 소리로 야단을 치면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자기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 경고로 인식한다. 실제 시험이나 공연에서 아이를 더 위축되게 만들고, 수행에 대한 불안을 더 높인다.

셋째, 고압적인 자세로 아이에게 잘 해내지 못하면, 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고, 아무도 너를 인정해 주거나 존중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거나 이런 의미가 들어 있는 말들을 하는 태도다.

넷째, 실패를 했거나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때 아이에게 “이것은 네가 잘못했기 때문이야”라고 큰 소리로 아이의 잘못을 꼬치꼬치 따지며 밝히는 태도다.

다섯째, 아이가 뭔가를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때 “너는 실패자야”라고 규정짓는 태도다. 이런 말은 아이의 자존감에 커다란 상처를 입히고, 아이가 스스로 실패자로 몰아가게 하는 악영향을 끼친다. 또 몇 번 실수한 것을 갖고 아이에게 “너는 언제나 제대로 해내는 것이 없어”라고 말함으로써 몇 번의 실수가 인생 전반을 결정하는 듯 말하는 부모의 태도다.

아이의 수행 불안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떤 일이든 결과보다 그것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점수나 등수보다 그것을 수행해 내는 과정에서의 노력과 향상을 인정해 주고 칭찬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평소 아이가 실패했을 때 실패는 살아가면서 겪는 경험의 일부분일 뿐, 이것이 전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말해 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실패라는 결과에 주눅 들지 않게 하는 것이다. 실패는 그것을 통해 다음에 제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의미 있는 것이라고 가르쳐 준다.

시험이나 수행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부모는 아이를 조건 없이 사랑하며, 아이가 부모의 희망이고 행복이라는 것, 부모가 세상에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일은 아이를 낳은 것이라는 말을 아이에게 종종 들려준다. 실제로도 아낌없는 사랑을 주어 아이가 부모에게 사랑받고 있고 자신이 귀한 존재임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완벽한 성공, 완벽한 결과를 너무 강조하거나 기대하지 않는다. 인간은 절대 완벽할 수 없다. 아이가 누구나 부족한 점과 미숙한 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격려해 준다.

시험 등수나 점수는 최종 목표가 아니라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하는 하나의 이정표일 뿐이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요구하고,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고, 작은 것에도 민감하게 칭찬해 주면 아이의 긴장이나 불안은 서서히 낮아질 것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