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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당대표 지낸 5선 김영선이 절절맨 ‘명태균 파워’, 대체 어디서

입력 | 2024-11-03 23:30:00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핵심 당사자인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전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1.3 (창원=뉴스1)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의혹과 관련해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3일 피의자 신분으로 창원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의원은 2022년 6월 창원의창 보궐선거 당선 이후 명 씨에게 매달 자기 세비의 절반 정도를 떼어 총 9000여만 원을 건넸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은 “빌린 돈 갚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남선관위는 작년 12월 비정상적 자금 흐름으로 판단해 수사 의뢰했다.

이 사건의 실체는 검찰 수사를 통해 가려질 일이지만, ‘수상한 돈거래’ 외에도 현재까지 드러난 김 전 의원과 명 씨의 관계는 일반 상식으론 납득하기 힘든 미스터리 그 자체다. 법조인 출신인 김 전 의원은 2006년 한 달 남짓이지만 한나라당 대표까지 지낸 5선 중진 정치인이다. 그런 그를 듣보잡 브로커인 명 씨가 마치 부하 직원 다루듯 막 대하는 녹취가 잇따라 공개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지난주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명 씨는 5선 의원이 된 직후인 2022년 6월 15일 김 전 의원에게 “본인 생각이 왜 필요해요. … 시키는 대로 하이소, 그냥”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 … 오더(지시)를 내리는데 본인이 왜 잡소리를 합니까”라고 했다. 국민의힘 몫 국회 부의장 경선 출마와 관련된 대화 내용으로 보이는데 명 씨는 5선 의원에게 ‘잡소리’란 표현까지 쓰며 호통을 쳤다.

이쯤이면 5선 중진 의원이 왜 명 씨에게 절절매야 했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뭔가 약점을 잡힌 게 아니라면 명 씨가 확실한 권력의 뒷배를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얘기라는 것이다. 사실 4선 이후 10년간 배지를 달지 못하던 김 전 의원이 연고가 없는 경남 창원의창 보궐선거 공천을 받은 것부터 이례적인 일이었다. 김 전 의원이 명 씨의 측근이었던 강혜경 씨에게 “(명태균) 덕을 봐서 국회의원이 됐기 때문에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라고 말하는 녹취가 나오기도 했다.

명 씨는 “김건희가 권력을 쥐고 있잖아요. 김건희한테 딱 붙어야 (1년 반 뒤 총선에서) 6선을 할 거 아닙니까”라며 김 전 의원을 윽박지른 녹취도 나왔다. 명 씨의 공천 개입 의혹은 이뿐이 아니다. 2022년 6월 지인과의 대화에선 “아까 조은희 의원이 전화 와서 ‘광역단체장 김진태, 박완수 두 사람 다 앉히고, 저 조은희도 만들어주셨고, 김영선도 만들었으니까’ 이러더라”라고 했다는 녹취도 공개됐다. 당사자들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했지만, 왜 이런 얘기를 했는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명 씨를 둘러싸고 창원이 국가첨단산업단지 후보지 선정에 관여했다는 의혹,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 파업 때 당시 현장을 시찰하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의혹 등도 쏟아지고 있다. 공천 의혹과 함께 이런 의혹들도 사실 관계가 명확히 가려져야 한다. 그래야 명 씨가 어떻게 중앙 정치 무대에서 활개 칠 수 있었는지, 그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풀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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