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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금리 인하기에 대출 금리만 인상… ‘이자장사’ 부추긴 건 정부

입력 | 2024-11-03 23:24:00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10.11/뉴스1


시중은행들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속속 예·적금 금리를 낮추고 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0.2∼0.5%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하나은행이 1일부터 수신상품 금리를 0.05∼0.25%포인트 내렸다. 눈치 보기를 하던 다른 은행도 조만간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준금리 인하에도 은행 대출 금리는 거꾸로 오르는 역주행이 벌어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직전과 비교해 일제히 최대 0.1%포인트 뛰었다.

이는 가계빚 증가세를 억제하라는 금융 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여전히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없애는 식으로 대출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7∼10월 사이에만 시중은행은 대출 금리를 30차례 가까이 올렸다. 통상 금리 인하기에는 대출 금리가 예금 금리보다 빨리 내려 은행들 수익성이 나빠지는데, 이번에는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금리의 차이)이 더 벌어지면서 은행 이익이 불어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이런 기현상이 벌어진 데는 냉온탕을 오간 부동산·대출 정책의 영향이 크다. 정부는 올 들어 디딤돌대출·신생아특례대출 같은 저금리 정책대출을 대거 풀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부추겼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규제도 돌연 시행 시점을 연기한 뒤 가계대출이 폭증하자 뒤늦게 대출 조이기에 들어갔다. 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금리 인상 외에도 대출 한도·만기 축소 등의 방식으로 대출 규정을 바꾼 게 20여 차례다. 은행들이 당국을 방패막이 삼아 신용 조건이 좋은 대출자에게 더 비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게 된 것이다.

금리 인하기에도 서민과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내수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의 어설픈 정책이 은행들 배만 불리고 금융소비자들을 봉으로 만드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제2금융권으로 대출이 몰리는 풍선 효과를 차단할 정교한 정책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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