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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주 52시간’에 묶인 韓 반도체, ‘밤샘 연구’ 美-대만과 경쟁 될까

입력 | 2024-11-03 23:27:00


엔비디아가 전통적인 반도체 강자였던 인텔을 밀어내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에 편입됐다. 인공지능(AI) 등장으로 반도체 산업이 재편되는 격변기가 도래한 가운데 한국은 AI용 반도체는 미국 대만에 뒤처지고, 범용 반도체는 중국 공세에 시달리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무섭게 질주하는 엔비디아, TSMC와 달리 국내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데에는 경직된 주 52시간 적용으로 기술력과 생산성이 하락한 것이 한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차세대 반도체 분야 기술 수준은 미국의 100점 대비 86점으로 점점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TSMC 연구원들이 밤새 매달려 연구할 동안 우리 연구원들은 토론 끝에 아이디어가 떠오를 만하면 퇴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와 TSMC 연구원이 밤샘 연구를 불사할 수 있는 건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기’가 가능해서다. 미국 일본 등은 고연봉 관리·전문직에 한해 근로 시간 규제를 하지 않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Collar Exemption)’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주 684달러(약 94만 원) 이상을 버는 관리직·전문직·컴퓨터직·영업직 근로자이거나 연 10만7432달러(약 1억4830만 원) 이상의 고연봉 근로자는 근로 시간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일본에는 ‘고도(高度) 프로페셔널’ 제도가 있다. 금융상품개발자·연구개발자·공인회계사·변호사 등 연 1075만 엔(약 9700만 원) 이상 고연봉자라면 근로 시간 규제에서 제외된다. 미국, 일본 등에선 연봉이 고액이고 회사와 협상이 가능할 만큼 전문성을 갖고 있다면 업무 시간과 그에 따른 수당을 늘릴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뒀다.

기업들은 주 52시간제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다간 치열한 AI와 반도체 전쟁에서 자칫 낙오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오랫동안 반도체 분야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다가 한때의 방심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인텔을 보면 괜한 우려가 아니다.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되찾을 압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첨단 산업 인력에 한해서라도 근로 시간 규제 완화나 면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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