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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옆 몰도바 ‘친서방 유지-친러 선회’ 갈림길

입력 | 2024-11-04 03:00:00

대선 결선투표… 우크라戰에도 여파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동유럽의 옛 소련 국가인 몰도바에서 친(親)서방 정권이 경제난으로 민심을 잃고 있는 가운데, 정권의 운명을 가를 대선 결선투표가 3일 치러졌다. 어느 쪽으로 결정 나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어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몰도바 대선 결선투표는 재선을 노리는 친서방 노선의 마이아 산두 현 대통령과 친러시아 성향인 사회주의당 소속 알렉산드르 스토이아노글로 전 검찰총장이 맞붙는다. 몰도바 첫 여성 대통령인 산두 대통령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을 졸업하고 세계은행에서 근무한 경제학자 출신이다. 2020년 집권 이후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해 왔으며, 탈(脫)러시아 정책을 펼쳐 왔다. 경쟁 후보인 스토이아노글로 전 총장은 산두 대통령이 부패 척결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직접 해임했던 인물이다. 그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달 20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선 산두 대통령이 약 42%의 지지율을 얻어 스토이아노글로를 크게 앞질렀다. 하지만 당초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0%대였던 스토이아노글로는 실제 투표에선 약 26%의 지지율을 얻으며 선전했다. 현지에선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몰도바 물가가 치솟고 러시아와의 교역이 줄며 경제난이 가속화된 점이 현 정부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결선투표에서 스토이아노글로의 지지율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1차 투표 당시 출마했던 친러 성향 후보들이 결선투표에서 스토이아노글로 지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산두 대통령이 결선투표에서 이기더라도 내년 총선에선 집권 행동과연대당(PAS)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할 거란 관측도 있다.

산두 대통령 측은 1차 투표 당시 러시아의 도움을 얻은 친러 세력이 유권자 최대 30만 명에게 불법으로 금품을 살포해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1일 “몰도바 선거에 개입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