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尹 지지율’ 정진석 얼마나 궁했으면 퇴진한 日 기시다 지지율까지… 尹 핵심 지지층 이반, 심각한 수준 ‘못하는 우리 편’이 가장 미운 법
천광암 논설주간
“높은 지지도가 물론 아니겠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서방 국가를 보더라도… 직전의 (일본) 기시다 총리도 뭐 계속 15%, 13% 내외였고… 유럽의 정상들도 20%를 넘기는 정상들이 많지 않습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처음 10%대로 떨어진 1일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회운영위원회에서 한 말이다. 앞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더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등의 상투어가 따라붙기는 했지만, 낮은 지지율 때문에 퇴진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 사례까지 끌어다 대며 ‘나보다 못한 애도 있어요’라고 강조한 것을 보면 어느 쪽이 진짜 하려는 이야기였는지는 쉬 짐작이 간다.
‘뭐가 문제인데…’는 비단 정 실장 한 명만의 속내는 아닌 것 같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주의 20%와 사실 한 끗 차이 아닌가”라고 동아일보에 말했다고 한다. 이만저만한 ‘집단 정신승리’가 아니다.
10%대 지지율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알려면, 올해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당시 미국의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G7 정상회의에 맞춰 내보낸 기사에 ‘레임덕 6명과 조르자 멜로니’라는 제목을 달았다. 당시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만 지지율이 40%를 넘고 나머지는 그 미만이라고 해서 붙은 제목이다. 당시 모닝컨설트 기준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30%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은 20%대, 기시다 일본 총리는 10%대 지지율이었다. ‘레임덕 잣대’로 40%는 너무 높은 허들이 아닐까. 이후 벌어진 일들을 보면 그렇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전 도중 연임 도전 포기를 선언했고, 수낵과 기시다 총리는 이미 퇴진했다. 각각 내년 9월과 10월 총선을 앞둔 숄츠 총리와 트뤼도 총리는 국정 주도권을 상실한 채 퇴임 압력을 받고 있고, 재선 임기가 2027년 5월까지인 마크롱 대통령은 ‘내년 봄 조기 퇴진론’이 나오는 중이다. 서방의 어느 잣대를 빌려오더라도 윤 대통령 10%대 지지율은 심각한 레임덕 수준인 셈이다.
문제는 이대로 레임덕을 맞기에는 윤 대통령이 해놓은 일이 너무 없다는 점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노동·교육·의료·연금 4대 개혁 및 저출생 극복을 강조해 왔지만, 손에 쥘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는 거의 없다. 남은 절반의 임기 중에라도 개혁 성과를 내려면 내부 결속과 국민의 안정적 지지 확보가 필수적인데, 여당은 ‘여사 리스크’를 둘러싼 갈등과 윤 대통령의 고집으로 이미 두 동강이 났고 중도층은 지지를 접은 지 오래다.
그런데도 용산의 위기의식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 규명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는데 특검은 고사하고, 특별감찰관 도입마저 싫다고 버티는 중이다. 대통령 부부의 진솔한 사과는 감감무소식이다. 대통령 참석이 관행인 국회 시정연설에도 총리를 대신 보낸다고 한다. 야당이 뭐라건 중도층 민심이 어떻건, 지금까지 해온 대로 핵심 지지층만 단단히 붙잡고 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산(誤算)이다.
천광암 논설주간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