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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보이콧 비판했던 尹, 시정연설 불참 논란

입력 | 2024-11-04 03:00:00

2년 前 “30년 헌정사 관행 무너져”
尹 시정연설 불참땐 11년 관행 깨져




“30년간 헌정사의 관행으로 굳어져 온 것이 어제부로 무너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10월 당시 국회 시정연설 다음 날, 더불어민주당의 시정연설 보이콧과 관련해 출근길에 “대통령뿐 아니라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약해지는 것 아니냐. 좋은 관행은 어떤 어려운 상황에 있더라도 지켜져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4일 국회에서 열리는 시정연설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11년간 이어졌던 대통령의 시정연설 참석 관행이 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을 비판하며 했던 윤 대통령의 말이 자신을 향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참석 가능성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앞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1일 국정감사장에서 “현재로서는 총리가 나가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독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박근혜 정부 이전에는 취임 첫해에만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참석하고 이후에는 총리가 참석하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13년 “국회를 존중하기 위해 앞으로 매년 정기국회 때마다 직접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겠다”고 밝힌 뒤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여야 대치 상황 속에서도 매년 대통령이 국회를 찾았다.

취임 후 2년 연속 시정연설에 참석했던 윤 대통령이 불참으로 선회하게 된 것은 여야 간 극한 대치의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 간 통화 녹음이 공개된 뒤 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 도입은 물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하야 등 주장을 노골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9월 열린 22대 국회 개원식에도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 중 처음으로 불참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불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자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당내 중진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국민 여론이 상당히 안 좋아질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재고해야 한다”고 대통령실에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 시정연설은 국민과의 약속인데, 안 한다니 중진들의 우려가 많다”며 “한 대표에게 푸시를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개원식도 오기 싫고 시정연설도 하기 싫다니 대통령 자리가 장난이냐”며 “아내를 보호하고, 아내를 위하는 김 여사 남편 노릇은 집에서나 하시고 국민을 위해 자기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라. 내일 시정연설에서 최소 의무를 다하는 모습을 기다리겠다”고 맹비난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