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前 “30년 헌정사 관행 무너져” 尹 시정연설 불참땐 11년 관행 깨져
“30년간 헌정사의 관행으로 굳어져 온 것이 어제부로 무너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10월 당시 국회 시정연설 다음 날, 더불어민주당의 시정연설 보이콧과 관련해 출근길에 “대통령뿐 아니라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약해지는 것 아니냐. 좋은 관행은 어떤 어려운 상황에 있더라도 지켜져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4일 국회에서 열리는 시정연설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11년간 이어졌던 대통령의 시정연설 참석 관행이 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을 비판하며 했던 윤 대통령의 말이 자신을 향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 이전에는 취임 첫해에만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참석하고 이후에는 총리가 참석하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13년 “국회를 존중하기 위해 앞으로 매년 정기국회 때마다 직접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겠다”고 밝힌 뒤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여야 대치 상황 속에서도 매년 대통령이 국회를 찾았다.
취임 후 2년 연속 시정연설에 참석했던 윤 대통령이 불참으로 선회하게 된 것은 여야 간 극한 대치의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 간 통화 녹음이 공개된 뒤 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 도입은 물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하야 등 주장을 노골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9월 열린 22대 국회 개원식에도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 중 처음으로 불참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불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자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당내 중진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국민 여론이 상당히 안 좋아질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재고해야 한다”고 대통령실에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 시정연설은 국민과의 약속인데, 안 한다니 중진들의 우려가 많다”며 “한 대표에게 푸시를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개원식도 오기 싫고 시정연설도 하기 싫다니 대통령 자리가 장난이냐”며 “아내를 보호하고, 아내를 위하는 김 여사 남편 노릇은 집에서나 하시고 국민을 위해 자기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라. 내일 시정연설에서 최소 의무를 다하는 모습을 기다리겠다”고 맹비난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