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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출범 2년반, 맘 편한 날 없어”…시정연설 불참, 총리 대독

입력 | 2024-11-04 10:18:00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을 대독하고 있다. 2024.11.4/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이에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이후 11년간 이어진 대통령의 시정연설 관행이 깨지게 됐다. 이날 시정연설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했다. 야당은 “대통령으로서 기본적인 역할과 책무를 방기한 것”이라며 “국회는 물론이고 국민에 대한 무시이자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총리가 대독한 시정연설에서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을 정도로 나라 안팎의 어려움이 컸다”며 “무엇보다 글로벌 복합 위기로 인해 우리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지역 분쟁은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불러왔다”며 “국제적인 고금리와 고물가, 금융시장의 불확성이 지속됐고 주요 국가들의 경기 둔화는 우리의 수출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을 통해 맞춤형 약자복지 확충과 경제활력 화산, 미래 준비를 위한 경제 체질 개선, 안전한 사회와 글로벌 중추 외교 등 4대 분야를 중점 지원할 것”이라며 “모든 복지사업 지원의 기준이 되는 중위소득을 내년에도 역대 최대인 6.4% 올려서 약자복지 확충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또 “투자를 선도형으로 전면 개편하고, AI, 바이오, 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와 12대 전략기술을 중심으로 역대 최대인 29조7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필수의료 확충과 지역의료 복원에 재정의 역할을 강화할 뜻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대한민국 어느 지역에 살더라도 양질의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정부는 금년 8000억 수준의 재정 지원을 내년 2조 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향후 5년간 국가 재정 10조 원을 포함해 총 3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를 향해 “정부가 마련한 내년 예산안은 민생 지원을 최우선에 두고 미래 도약을 위한 체질 개선과 구조 개혁에 중점을 둬 편성했다”며 “국민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법정시한 내에 예산안을 확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빈틈 없이 집행을 준비해 민생 현장에 온기를 전달하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시정연설은 정부의 예산안 내용을 설명하며 국회의 협조를 구하는 자리다. 여야 대치 상황 속에서도 2013년부터 11년 동안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관행처럼 이어져왔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다. 하지만 22대 국회가 개원한 5월 이후에는 국회를 방문한 적이 없다. 9월 열린 개원식에도 불참했다. 이는 1987년 민주화 이후 국회 개원식에 현직 대통령이 불참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시정연설에 불참한 윤 대통령을 향해 ‘불통’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국회는 물론이고 국민에 대한 무시이자 모독”이라며 “‘불통의 정치’ ‘불통의 선언’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시정연설에 앞서 “불가피한 사유 없이 시정연설을 마다한 것은 온당치 않다”며 “국민들도 크게 실망했을 것”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