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미시간주 앤아버의 번스 파크에서 유세하고 있다. 2024.10.29.AP뉴시스
“7개 경합주 여론조사 결과가 모두 표본오차 범위 내에 있다. 두 후보 중 누구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미국 대선의 7대 경합주 유권자 7879명을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3일(현지 시간) 공개한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내놓은 판세 분석이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대선 승자를 결정할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미시간, 애리조나, 위스콘신, 네바다주 등 7개 경합주에서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의미다. 두 후보의 전국 지지율도 팽팽하다. 같은 날 공개된 NBC 조사에선 두 후보가 모두 49%를 얻었다.
선거 막판 여성 유권자 결집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해리스 후보는 이날 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미시간주 유세에 주력했다. 트럼프 후보는 따뜻한 기후와 일조량으로 유명한 남부 ‘선벨트’에 속하는 노스캐롤라이나 및 조지아주 유세로 맞불을 놨다. 다만 두 후보 모두 대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 유세도 진행하며 ‘막판 표심 잡기’에 집중했다.
● 7개 경합주 지지율 초접전
NYT·시에나대 조사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는 7개 경합주 중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네바다주 등 4개 경합주에서 트럼프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주에서는 두 후보 지지율이 동률이었고 애리조나주는 트럼프 후보가 더 높았다.
해리스 후보는 대선 승자를 결정하는 538명의 선거인단 중 각각 16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노스캐롤라이나주(48% 대 46%), 조지아주(48% 대 47%)에선 각각 2%포인트, 1%포인트 트럼프 후보보다 높았다. 10명이 걸린 위스콘신주(49% 대 47%), 6명이 달린 네바다주(49% 대 46%)에서도 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유세 연설하고 있다. 2024.10.28.AP뉴시스
하지만 각각 19명과 15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펜실베이니아주와 미시간주에선 두 후보의 지지율이 각각 48%, 47%로 동률이었다. 11명이 달린 애리조나주에선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이 49%로 해리스 후보(45%)를 4%포인트 앞섰다.
NYT에 따르면 “누구에게 투표할지 최근 결정했다”고 밝힌 유권자 집단에서는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이 55%로 트럼프 후보(44%)보다 11%포인트 높았다. 특히 해리스 후보에게 유리한 의제인 낙태권이 여성 유권자를 중심으로 선거 막판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선벨트에서 해리스 후보가 선전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애리조나와 네바다주는 대선 당일 주 차원의 낙태권 보장 주민투표를 실시하는데 이때 여성 유권자가 뭉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 해리스 “투표하라” vs 트럼프 “경제 지옥”
해리스 후보는 3일 미시간주에서만 두 차례 유세를 가졌다. 특히 최대 도시 디트로이트의 흑인 교회에선 “우리의 힘을 자유, 기회, 정의를 위해 사용하자. 투표장으로 걸어가자”고 외쳤다. 젊은층, 비(非)백인 유권자가 많은 이스트랜싱의 미시간주립대 유세에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을 비판하는 유권자를 향해 “가자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외쳤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같은 날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해리스가 4년간 미 노동자에게 경제적 지옥을 만들고 아메리칸드림을 망쳤다”고 외쳤다. 자신이 재집권해야 미 역사상 가장 위대한 4년을 맞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이날 주류 언론에 대한 반감도 드러냈다. 그는 자신 앞에 설치된 방탄유리 패널 너머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을 겨냥해 “누군가가 (총으로) 나를 맞히려면 가짜뉴스(기자)를 거쳐서 총을 쏴야하는데 나는 별 신경 안쓴다”고 말했다.
한편 NYT에 따르면 해리스 대선 캠프는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주 등 과거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블루월’ 3곳을 수성하는 것이 확실한 대선 승리의 길로 여긴다. 또 트럼프 캠프는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동부 연안 3개 주에서 이기는 것을 유력한 승리 시나리오로 꼽고 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