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에 따르지 않은 초등학생에게 “일어나라”며 팔을 잡아 일으킨 교사의 행동은 아동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적법한 교육 과정에서 물리적인 힘이 다소 가해진 것 만으로는 신체적 학대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교사의 교육행위와 학대의 구분을 보다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최모 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의정부지법에 돌려보냈다.
초등학교 2학년 담임을 맡았던 최 씨는 2019년 3월 자신의 학급 한 학생이 수업 시간에 학습에 참여하지 않고 이어진 점심시간에도 급식실로 이동하지 않자 “야, 일어나”라고 소리치며 팔을 세게 잡아 일으키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최 씨의 행동을 아동학대로 보고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두 재판부는 “대화나 비신체적인 제재 등 다른 교육적 수단으로는 훈육이 불가능해 신체적 유형력을 통한 지도가 필요했던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교육하는 과정에서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느끼게 했더라도 법령에 따른 교육 범위 내에 있다면 아동복지법 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당시 피해 아동이 수업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점, 급식실로 이동하자는 지시를 따르지 않아 최 씨가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더 힘을 쓸 경우 다칠 것 같아 데려갈 수 없다”고 동의를 구한 점 등이 고려됐다. 대법원은 이어 “학교 교육에서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은 존중돼야 하고, 교사는 지도행위에 일정한 재량을 가진다”며 “법령에 따라 금지되는 체벌에 해당하지 않는 한 지도행위에 다소의 유형력이 수반되더라도 이는 교육행위로 봐야한다”고 판시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