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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측 ‘남편 몰래 투표’ 손글씨 캠페인 막판 돌풍[美대선 D-1]

입력 | 2024-11-04 15:04:00

미용실, 화장실, 생리대 박스 등에 붙이는 한 두 줄 ‘포스트 잇’ 메모
WP “백인 여성표 급한 해리스측, 트럼프 지지 남성 연인·부인 공략“
폭스뉴스 진행자 “해리스에게 몰래 투표하는 것은 불륜과 마찬가지”



ⓒ뉴시스


미국 대선에서 백인 여성의 표가 승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캠프의 ‘손글씨 포스트 잇’이 선거 막판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한 미용실 문, 아칸소주의 한 탐폰 생리대 상자 뒷면, 오하이오주 공항의 여자 화장실 거울.

곳곳에 손바닥 보다 작은 포스트 잇에는 간단한 메모들이 적혀 있다.

“당신의 투표는 당신의 것이다” “투표소에서 당신의 투표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신 남편이나 남자 친구는 당신이 누구 투표했는지 알 필요가 없다”

때로 ‘여성 대 여성’이라는 메모가 적힌 작은 손글씨 쪽지는 은밀히 전하는 메시지처럼 해리스지지 선거 운동을 확산하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3일 유권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주, 공화당 강세 지역, 대학 캠퍼스와 스포츠 경기장에는 여성들에게 투표는 비밀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고 전했다.

언제 누가 처음 시작했는지 불분명하다. 해리스 지지 대중단체인 ‘해리스-월즈를 위한 여성’(Women for Harris-Walz) 공동 창립자에 따르면 지난 수개월 동안 이 같은 활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화장실과 비슷한 공간에 메모를 붙여 여성들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투표하도록 독려하고 투표는 비밀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왔다는 것이다.

대선이 가까워오면서 여성들의 은밀한 캠페인으로 진행된 ‘포스트 잇’ 활동은 30초 광고의 주제가 되었고 미셸 오바마 등 민주당 거물들에 의해 확산되고 있다.

줄리아 로버츠는 지난달 영상 광고에서 “남편 몰래 해리스에게 표를 던지라”고 권유했다.

광고에는 해리스를 찍고 나온 여성이 투표소에 같이 왔던 (트럼프 지지) 남성에게 ‘올바른 선택(트럼프 지지 의미)’을 했다고 말하며 미소짓는다. “부스에서 일어나는 일은 부스에서만 머물러요”라며 광고는 끝난다.

박빙이고 남녀간 투표 성향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해리스는 선거 마지막주 트럼프를 지지하는 남성들과 사귀거나 결혼한 여성들에 대해서도 표심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미셸 오바마가 지난달 미시간주 칼라마주에서의 해리스 지원 연설에서 “당신의 투표는 파트너의 정치적 견해와 상관없는 개인적인 문제다”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리스를 지지한 전 의원 리즈 체니(공화·와이오밍)는 지난달 21일 디트로이트의 행사에서 “ 11월 5일에 그렇게 할 공화당원이 수백만 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트 잇’ 붙이기 등 백인 여성의 독립적인 투표를 강조하는 것이 반향을 일으키자 ‘아메리칸 컨서버티브’의 다니엘 매카시 편집장은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매체인 뉴욕포스트 기고에서 미셸 오바마나 리즈 체니의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여성은 모두 허위의식이나 괴물 남편의 인질로 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지지 청년 단체인 ‘터닝 포인트 USA’를 이끄는 찰리 커크는 줄리아 로버츠의 광고를 “미국 가족의 몰락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불렀다.

친트럼프 성향 폭스 뉴스 진행자 제시 워터스는 시청자들에게 아내가 비밀리에 해리스에게 투표하는 것은 불륜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일부 보수적인 여성들은 트럼프에 대한 자신들의 자율성과 지지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8명 중 1명의 여성이 파트너에게 말하지 않고도 다르게 투표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