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카자흐스탄 외교장관회담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1.4/뉴스1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폭풍군단’의 전선 투입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태열 외교부장관은 4일 한국을 찾은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 외교부 장·차관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러 군사협력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중앙아시아 5개국은 과거 사회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북한과 우호관계를 맺은 적이 있지만 북한의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망이 촘촘해지면서 지금은 북한과의 경제, 외교관계를 사실상 단절한 상태다.
조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외교부가 주최한 ‘제17차 한-중앙아시아 협력포럼’에서 기조연설에 나서 이같이 밝혔다. 조 장관은 북한을 겨냥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다수의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이제는 러시아에 무기와 병력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이날 포럼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과의 공급망 협력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어 조 장관은 한국의 기술 역량과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자원을 연계하는 ‘K-실크로드’ 전략에 기반해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의 호혜적 파트너십을 격상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조 장관은 “국가·지역간 공급망의 분절화가 심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 여파로 에너지·공급망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면서 “기술 강국인 한국과 자원 부국인 중앙아시아가 에너지 자원과 각종 광물 분야에서 공급망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면 상호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장관은 올 6월 윤석열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과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번 포럼을 계기로 관련 협력이 중앙아 5개국 전체로 확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중앙아시아 협력 포럼은 양측 관계 격상과 포괄적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 2007년부터 매년 열렸다. 이번 포럼에선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협력 수요가 높은 공급망, 환경 및 기후변화, 디지털, 관광 등 4개 분야에 대한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조 장관은 이날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과 각각 양자 외교장관회담도 가졌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