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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관광객 ‘야간통금’[횡설수설/우경임]

입력 | 2024-11-04 23:18:00


서울 종로구 북촌 야간 관광이 1일부터 금지됐다. 넉 달간 계도기간을 거쳐 내년 3월부터는 한옥이 밀집한 북촌로11길 일대를 오후 5시∼오전 10시 사이 돌아다니면 과태료 10만 원을 물어야 한다. 군부 독재 시절 잔재로나 여겨지는 야간 통행금지가 36년 만에 다시 소환된 건 ‘오버 투어리즘’(과잉 관광) 때문이다. 관광객이 몰려 삶을 침범당했던 주민들은 환영이고, 인근 상인들은 손님이 줄까 울상이다.

▷경복궁과 창덕궁, 창경궁 사이 폭 안긴 북촌은 한옥이 오밀조밀 모인 예스러운 동네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개량 한옥이 많다. 당시 건양사라는 회사가 몰락한 조선 관료나 양반가 한옥을 사들여 필지를 나눠 여러 채를 지은 뒤 대량 공급했다. 도심 개발 붐에 하나둘 스러지던 한옥은 2000년대 들어 가치가 재평가되며 보존 사업이 진행됐고 그 모습이 지금의 북촌이다. 원래 외지인 발길이 뜸했던 곳인데 ‘북촌 8경’ 등이 방송을 타면서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지난해 북촌 거주자는 6100명. 관광객은 무려 1050배가 넘는 644만 명이 다녀갔다.

▷고즈넉한 한옥마을은 소음 피해와 쓰레기 무단 투기로 몸살을 앓았다. 요즘은 그나마 ‘소곤소곤 대화해 주세요’라는 안내판에 따라 관광객도 조심하는 분위기지만, 그간 주민들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와 화장실을 쓰거나 사진 촬영 등을 하는 ‘진상’ 관광객들에게 시달려야 했다. 특히 동대문과 도심 면세점을 도는 저가 쇼핑 관광 상품에 북촌이 포함되면서 관광버스가 줄을 섰고 골목은 몸을 부딪치며 걸을 정도로 붐볐다.

▷‘오버 투어리즘’은 동네 주민을 다른 곳으로 밀어내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관광+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이어지곤 한다. 북촌 한옥마을의 인구는 최근 5년 새 27.6%나 줄어들었다. 관광객이 몰리자 한옥은 상업용으로 팔리거나 한옥스테이로 개발됐다. 버티던 주민들도 “살 수가 없다”며 떠나기 시작했다. 에어비앤비 등 공유 숙박이 번창해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주민들이 이용하던 가게가 사라져 정주 여건이 악화한 포르투갈 리스본이나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뒤를 밟고 있는 셈이다.

▷유엔 세계관광기구는 올해 해외 관광객이 15억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관광을 막을 수도, 손님이 주인집을 차지하는 ‘오버 투어리즘’을 방관할 수도 없는 각국은 나름의 해법을 내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한 사람당 5유로씩 도시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고, 일본 오사카도 관광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 벨기에 브뤼허와 이탈리아 피렌체는 에어비앤비 등 신규 숙박업 등록을 금지했다. 서울이 매력적인 관광지가 된 것은 반갑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야간 통행 금지가 주민과 관광객이 공존하는 ‘서울식 해법’이 되기를 바라 본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